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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01. 2017

[영화 리뷰] - <퍼스널 쇼퍼>

나로부터 멀리 혹은 가까이

  할리우드에서 가장 당찬(!)20대 여배우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아닌가 싶다. 하이틴 판타지 로맨스인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연기력보다는 외모가 더 부각받아 스타가 되었지만 그녀의 작품 선택은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고싶은 열망이 돋보였다. <웰컴 투 마이 하트>, <스틸 앨리스>,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와 같은 다양한 작품에서, 스트립걸부터 누군가의 매니저까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번에는 영매사가 되어 돌아왔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로 한차례 작업을 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함께. 그리고 이번에도 이 선택은 배우로서 성공적이었다.

  우선 소개 문단에서 입이 닳도록 크리스틴 스튜어트 이야기를 했고 실제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는 빛이 나지만 정작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는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연출이다. 영화는 이 세상에 없는 영혼을 쫓는 이야기지만 영화가 향하는 곳은 주인공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의 내면과 금기다. 알 수 없는 누군가와 소통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일상적인 일들부터 기이한 사건들까지, 그 규모를 점차 넓혀가면서 영화는 모린을 파고든다.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그 순간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어떤 면에서는 소름돋게 연출해낸다. 자연스러운 부분은 모린의 일에서 찾을 수 있다. 그녀는 스타의 퍼스널 쇼퍼로서 필요한 것들, 주로 의상을 사서 준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드레스로 시작을 해서 점차 도발적인 의상들, 나아가 보석류까지 그 범위를 넓혀간다. 단지 일로서, 전달자로서 끝나지 않고 이에 대한 미적 욕심을 부리게 되면서 자연스러운 금기를 표현한다.

  소름돋는 금기는 영매로서의 순간들이다. 자신의 형제라 확신할 수 없는 존재로부터 접근을 받으면서 그녀는 위협을 받는다. 이 역시 메신저를 통한 연락과 단순한 요구를 넘어 자신의 영역을 배회하거나 어느 사건을 일으키는 등 점차 범위를 넓혀간다. 이러한 순간들이 영화에 담기는 순간 영화는 거의 공포 영화에 가까운 긴장감을 발휘한다. 물론 그러면서도 절대 그 긴장감의 근원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를 통해 그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는 그 위협을 받는 단 한 명의 인물, 모린만을 바라보게 된다. 이를 통해 캐릭터에 한 층 더 깊게 다가가게 된다.

  두 가지 시선에서 선사하는 금기, 그리고 이 금기를 넘어섰을 때 마주하는 긴장감은 앞서 말한대로 모린이라는 캐릭터를 파고든다. 그렇게 해서 영화는 클라이막스까지 가장 깊숙이 자리한 모린의 내면을 공개해버린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는 순간에서는 모린에게서 가장 멀리있는 공간으로 떠나버린다.(도시에서 사막으로) 하나의 이야기에서 굉장히 넓게 인물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렇기에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는 그 유령은 누구인가를 묻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부터는 두 시간 가까이 우리가 봐온 것들의 스펙트럼을 생각하게 된다. 마치 하얗게 화이트아웃 된 마지막 화면처럼, 미스테리로서의 요소는 싹 잊어버린 채.

  이러한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지만 고독한 단독 쇼에서도 그 존재감을 잃지 않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크게 한 몫을 한다. 앞서 말한대로 영화의 내용 자체가 한 인물을 파고드는 과정이고 그 폭이 다양하기에 배우의 존재감이 영화의 존재감을 좌우하기 쉬웠는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그 기싸움에서 절대로 밀리지 않고 굉장히 당차게 연기를 해낸다. 그녀가 스타가 아니라 배우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작품이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전작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에서는 누군가를 파고드는 데 있어 하나의 시각을 대변하는, 일종의 거울같은 캐릭터로서 뚜렷한 시선을 연기해냈다면 이번에는 마치 만화경을 스스로 보는 것 같은 다양함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에게는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고 아마 좋은 감독과 페르소나의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가장 좋았던 것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에 대한 확신이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와 이 영화 모두 인물을 파고드는 작품이며 그 과정 역시 탁월한데다가 두 작품 사이에 스타일의 차이까지 두었다. 물론 개인적으론 전작이 더 낫지만 <퍼스널 쇼퍼>를 통해 이 감독, 믿고 봐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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