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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01. 2017

[영화 리뷰] - <문라이트>

어둠(블랙)이 지향하는 빛과 그 색깔들

  개봉 전부터 너무나도 많은 찬사를 들은 작품이다. 특히 100개가 훨씬 넘는 수상 기록을 내세워 이 영화가 뛰어난 작품임을 강하게 피력했다.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 정도로. 서너달 전에 이미 예고편을 보고 재미있겠다 싶기는 했지만 도대체 무슨 작품인가 싶기도 했다. 트럼프 정권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흑인들의 영화가 주목을 받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봉 전, 라이브톡을 통해 먼저 볼 기회를 놓치고 아쉬워하며 개봉 후 관람을 했다. 그리고 수긍했다. 모든 걸 떠나서 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필자가 열렬한 <라라랜드>의 팬이고 이번에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 번복되어 어이가 없던 순간에도 "그래, <문라이트>는 받을만 하지..."하고 생각할 만큼.

  영화는 확실한 구조와 이미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달한다. 리틀, 샤이론, 블랙. 샤이론[애쉬튼 샌더스 분]의 이름과 별명들이며 샤이론을 바라보는 시선들이기도 하다. 리틀은 몸집이 작은 샤이론을 괴롭히며 또래 아이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후안[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 분]에게는 그 아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명분이 되기도 한다. 비록 몸집이 작은 약자지만 후안은 강한 내면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샤이론은 자신의 이름대로, 스스로 일어나는 순간들이다. 그 과정은 험난하지만 샤이론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블랙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케빈[안드레 홀랜드 분]이 자신을 부르는 별명이다. 이번에는 사실상 후안과 동화되면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일부를 케빈을 통해 되찾게 된다.

  포용하는 '블루' 후안과 언제나 날이 서있는 케빈, 둘의 중간에 있는 인물이 샤이론이다. 샤이론은 언제나 두 인물로 인해 변화를 맞이하고 가장 변화가 격변하는 순간인 파트가 변하는 순간들은 둘 중 한 인물의 상실로 끝을 맺거나 시작을 한다. 그리고 불빛이 깜빡거린다. 첫 파트에서 두 번째 파트로 넘어갈 땐 파란색, 두 번째 파트에서 세 번째 파트로 넘어갈 땐 붉은 색. 당연히 후안과 케빈을 상징하는 색깔이며 두 인물을 상실하는 순간들이고 그 이후 파트에서 결여될 감정의 색깔들이기도 하다. 파트 2는 후안이 사라지자 도래한 폭력들이며(그것이 가학이든 피학이든) 파트 3는 샤이론을 상실하고 (포용으로서가 아닌)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후안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여기까지가 구조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면 영화는 마지막에 변화를 준다. 바로 케빈과 샤이론의 재회다. 후안이 되어버린 자신과 케빈이 만나서 샤이론은 스스로를 되찾는다. 비로소 자신의 모든 요소들이 모여 블랙이 된다.

  영화는 주로 시선과 색을 통해서 이러한 이미지들을 담아낸다. 당연히 가장 핵심적인 감정을 푸른색으로 담아내고 그 대척점에서 붉은색, 혹은 황색이나 보라색으로 불편한 감정을 끌어올리고 온기어린 감정들을 제거해버린다. 이러한 대조로 푸른색의 포용의 이미지를 더더욱 강조하고 이러한 부분이 가장 강하게 드러난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바닷가 장면이 아닌가 싶다. 샤이론과 케빈은 바닷가에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바닷가로 향하는 길목은 어떠한 색도 구분할 수 없을 만큼의 진한 황색이다. 그 황색을 뚫고 지나가 그들이 당도한 바닷가에서 달빛을 받으며 비로소 색을 되찾는다. 약자에 게이이기 때문에 핍박받는 그들의 상황에서의 온기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영화는 표현의 욕심을 가지고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있는 표현들을 해내지만 동시에 굉장히 사실적인 질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슬럼가를 어떻게 그리는지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우리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애초에 영화는 굉장히 한정적으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흑인들만의 이야기에 그 중에서도 하위 계층에 심지어 주인공은 동성애자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해낸다.

  이번 아카데미는 트럼프에 반하고 계속되어 나오는 인종차별을 없애려는 시도가 상당히 많이 보인 회차였다. 주요 부문의 수상에 있어서도 분명 유색인종 영화인들이 많은 상을 가져갔고 한 해의 영화를 선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작품상도 결국 이 작품이 가져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단순히 인종 문제를 넘어서 <문라이트>는 그럴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볼 때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고난 후 꼭 이 영화를 생각하며 같이 본 사람과 이야기를 하거나 스스로 글을 쓰며 정리해보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봤을 때보다 이 영화를 생각하고 글을 쓰는 지금, 이 영화가 더 대단하고 아름다워보이며 당장 극장으로 가서 다시 보고싶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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