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신익 Mar 02. 2017

[영화 리뷰] - <핵소 고지>

따로는 훌륭하지만 붙여놓으니 어색한 이야기와 묘사의 만남.

  배우 겸 감독으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아마도 클린트 이스트우드겠지만 멜 깁슨 역시 성공한 배우 겸 감독의 반열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브레이브하트>로 아카데미 트로피도 거머쥐었고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지금까지도 가장흥행한 R등급 영화(한국으로 치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다. <아포칼립토>가 호불호가 갈리는 평을 받기는 했으나 그 이후 감독으로서의 활동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의문이 들만한 커리어였다. 그리고 10년 간의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이번엔 2차 세계대전이다. 분명 좋은 드라마를 가지고 있고 전쟁에 대한 묘사 자체도 흥미진진하지만 그 둘을 붙여놓으니 어색한 이상한 영화가 나왔다.

  영화는 신념 하나만을 믿고 무기 없이 전쟁터로 나간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는 캐릭터인 만큼 영화의 분위기도 굉장히 순수하고 이상적이다. 어떠한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평면적인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사건들을 재치있게 풀어나가며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앤드류 가필드는 순수한 이야기에서 빛을 볼 수 있는 맑은(!) 연기력을 가진 배우임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전쟁 씬들도 따로 놓고보면 굉장히 잘 연출된 장면들이라 생각한다. 당장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던 사람이 무참하게 죽어나가며 단지 총알에 맞고 픽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팔다리가 절단되고 고통에 울부짖는 참혹한 전쟁터다. 음향 효과도 굉장히 뛰어나 마치 실제 전쟁터에서 바라보는듯한 현장감과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목격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둘을 붙였을때다. 영화를 세 파트로 나눌 수가 있는데 전쟁터 이전, 전쟁터 진입~후퇴, 후퇴 이후다. 각각 1~3번으로 정하고 각 파트의 톤을 생각해보면 1번은 긍정적이고 순수한 드라마라면 2번은 그 표현의 강도가 굉장히 강하다. 전쟁 이전의 드라마와 전쟁터의 묘사 자체는 각각 뛰어나나 영화의 큰 흐름으로 봤을 때는 서로 맞지 않는 톤을 가지고 있다. 3번은 1번과 2번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2번의 잔혹함이 1번의 순수함을 어느 정도 잡아먹고 있지 않나 싶다. 단적인 예로 일본군의 할복과 참수는 전혀 필요가 없는 장면이었다. 이는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이 되는데 1번의 순수함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2번의 잔혹함이 그 메시지를 퇴색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홍보 문구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그 잔혹함을 먼저 보여주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았으면 모를까 영화 중간에 떡하니 자리잡은 이런 묘사들은 과도하게 튀는 감이 없지않아 있다. 나쁜 영화는 아니고 앞서 말핸대로 각 파트를 서로 떼어놓고 본다면 각각 잘 만들었지만 과연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만한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만큼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는 작품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뷰] - <23 아이덴티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