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신익 Mar 02. 2017

[영화 리뷰] - <해빙>

자극의 나열 후 뒤늦은 이야기 조립

  '꽃중년'이라는 말이 유행을 타면서 중년 배우들의 중후한 매력이 어느 때보다 더 주목을 받고 있지 않나 싶다. 그 중심에는 배우 조진웅이 있다. 2010년대 초 여러 작품에서 존재감있는 조연으로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다가 최근들어 그 연기력은 만개했다. <해빙>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신작이다. 신구, 김대명, 송영창과 같은 좋은 배우들이 함께했고 독특한 소재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배우들의 호연으로 커버가 불가능할 정도로 방향을 잃은 이야기가 난해하기만 하다.

  영화는 승훈[조재훈 분]의 시선으로 대부분을 채운다. 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건은 일종의 체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 자체의 진행보다는 그가 어떻게 이 사건을 느끼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문제는 그런 감각들이 영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감각들은 한없이 자극적이기만 하다. 대놓고 공포감을 유발하려는 것처럼 연출이 되어있으며 덕분에 영화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하지만 과도한 반복으로 그 놀라움마저 감퇴하게 되고 이러한 표현들이 담고자 하는 의미가 불분명해 이미지라기보단 일시적인 자극으로 비춰진다.

  영화의 진상을 설명하는 후반부도 사건의 흥미를 최대로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과도하게 설명적이며 '승훈의 변론-주변 사람들의 진술-과거 시퀀스'의 구성이 짧은 시간동안 여러차례 반복이 되어 영화의 긴장감은 사건 자체가 가지는 임팩트보다는 덜하다. 거기에 영화는 그 답마저도 애매모호하게 남겨서 미스테리의 퍼즐을 맞추는 쾌감이나 스릴러적인 긴장감을 모두 놓치게 된다. 분명 이 시퀀스에서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는 엄청나다. 변론을 하면서 마치 인격이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완전하게 캐릭터를 아우르며 흡인력있는 연기를 한다. 하지만 그런 뛰어난 연기조차도 영화를 구제하지 못할 만큼 영화는 갈 만큼 가버렸다.

  이 영화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마치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제목과 영화의 시놉시스와는 반대되게 답은 애매모호하고 이 사건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역시 명백하게 드러나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상황 자체를 살려내는 작품도 아니다. 영화 속에서 승훈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로 '답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답이 없는 세상에서 답을 찾는다. 영화는 이것의 대척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나름대로 이것을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그 답을 찾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뷰] - <핵소 고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