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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有] 그것은 과거도, 환각도 아니다

<컨택트>

by 조신익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는 여러 방면에서 굉장히 참신한 작품입니다. 이제껏 보지 못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정적이지만 영리하게 긴장감을 전다라는 작품이었죠. 당장 시청각적으로,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는 것들에 대해서도 영화는 정말 새롭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중간중간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의 회상으로 들어가는 인서트 컷들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 다룰까 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해가 되는 요소였으며 큰 틀에서 모든 게 이어지는 영화의 이야기와 상응하는 연출법이기도 했습니다. 그 만큼 드니 빌뇌브 감독은 세세한 부분들까지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죠.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 영화가 인서트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컨택트>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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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외계인과의 소통이 가장 큰 이야깃거리이지만 그 매개로서 루이스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유일하게 외계인들과 완전한 소통을 하는 인물이며 그 과정에서 루이스의 개인적인 사연들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모두 루이스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는 것이겠죠.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루이스란 이런 캐릭터다'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고도 영화는 영화 중간중간에도 그녀의 과거를 인서트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그 인서트들이 영화에서 어떻게 등장하는 지 한 번 생각을 해봅시다.

루이스는 외계인들과의 소통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대부분 이럴 때 소리를 먼저 제시를 합니다. 루이스는 이에 반응하고 그 다음에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컷으로 넘어갑니다. 예를 들면 연구실에서 일을 하던 루이스가 자신이 딸이 만들어내는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반응해 뒤를 돌아보고 그 이후는 과거의 컷들로 이어지는 방식이죠. 이러한 연출법은 보통의 영화들과는 상이합니다. 보통 과거를 보여주는 인서트를 삽입할 때는 그 인서트 컷들이 물리적으로 현재의 쇼트에 물리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가만히 서서 인물이 듣고 바라본 것을 매개로 다음 컷으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컨택트>에서는 분명 청각적으로 개입을 했습니다. 마치 많은 예술영화들이 사용하는, 주인공들이 환각을 보는 식의 표현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를 환각으로도 보기는 어렵습니다. 분명 청각적으로 개입을 했지만 과거와 현재는 완전히 다른 공간의 다른 컷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환각을 표현하는 방식을 쓴다면 그 둘을 같은 공간에 배치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버드맨>입니다. 리건[마이클 키튼 분]은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 '버드맨'과 직접 대화를 하고 영화는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제 3의 인물이 개입하는 순간 버드맨은 사라지죠. 이는 리건의 내면이고 리건만이 볼 수 있는 일종의 환각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환각은 쇼트 안에서는 직접적으로 등장하고 직접적으로 인물과 작용, 반작용을 합니다. 그런데 <컨택트>의 인서트들은 분명 환각처럼 작용하고 있지만 회상처럼 등장을 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왜 굳이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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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답은 이 영화의 시간 구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시간 순서대로 진행이 되지만 미래가 과거로 연결되어 이어지는, 선형적이지만 비선형적인 시간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루이스가 본 것은 과거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시간에 대한 설명을 한 뒤에 관객들은 그것이 미래였음을 알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루이스의 회상을 단순한 과거처럼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루이스는 더 먼 미래를 봄으로써 가까운 미래에 영향을 주기에 분명 자신이 돌아본 것, 정확히 내다본 것에 대해서 영향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컷 안에서 받은 것이 아닌가 하며 이미 일어난 일, 즉 이미 답이 나와있는 일이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답이 없는 일이라 주인공과 더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물론 영화 막바지에 일어나서 루이스는 답을 정해버리지만 말이죠.)



<컨택트>는 당장 외적으로 보이는 요소들만 하더라도 굉장히 새롭습니다. 이야기 자체도 그렇고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우주선과 외계인의 모습, 이들이 내는 소리와 음악. 영화 속 대부분의 요소들이 이전에 없는 방식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들을 제외하더라도 이런 세세한 부분들까지도 영화는 새롭게 접근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했고 이것이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역량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영화 <컨택트>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무조건 한 번 더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도 아직 2차 관람을 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만큼은 보면 볼수록 새로운 모습들이 발견될 영화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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