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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11. 2017

[영화 리뷰] - <패트리어트 데이>

이 거대한 사건이 얼마나 그들에게 가까웠는지

  실화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많지만 한 감독이 내리 세 편을 실화 바탕 영화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피터 버그 감독은 <론 서바이버>와 <딥워터 호라이즌>을 거쳐 이 영화, <패트리어트 데이>까지, 현대 미국이 겪고 극복한 일종의 비극을 다뤄왔다. 이번 작품은 (우측)포스터에 성조기가 들어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에 한정하여 바라보는 작품이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그들(보스턴)이 어떻게 이 비극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지가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이었던 건 국적에 불문하고 흡인력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의 만듦새, 그리고 이를 통해 피터 버그라는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연출하는 데 도가 텄다는 점이었다.

 영화는 경찰 토미[마크 월버그 분]가 어느 사건을 진압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토미는 유일하게 이 영화에서 가상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다.(대다수의 캐릭터들은 실제 인물들을 바탕으로 형성됐다.) 이 시퀀스를 통해 이 영화는 토미의 시선이 중요할 것임을 관객들은 암시받는다. 또한 오프닝은 다른 모든 부분에서는 철저하게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토미라는 인물만큼은 잘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씬이다. 오프닝의 진압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도 어정쩡하고 부하들도 제대로 따르지 않으며 용의자를 폭행한 과거가 있지만 경찰국장이 직접 찾아올 정도로 경력이 있으며 본인이 앞장서서 현장에 들어갈 만큼 성실하고 열정적인 경찰이기도 하다. 이 한 씬에서 영화는 토미에게 경찰과 민간인 사이의 캐릭터를 부여했다. 덕분에 영화는 고위 인사들의 이야기부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민간인들까지 한 인물을 연관지어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영화는 이 부분을 십분 활용한다.

  오프닝 이후 영화는 곧장 여러 사람들의 일상을 조금씩 보여준다. 토미를 시작으로 다른 부서의 나이든 경찰과 대학생들, 중국인, 심지어 사건의 가해자까지. 인종과 연령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영화에 등장시켜 최대한 다각적인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 사건이 얼마나 사람들의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사건의 극복 과정에서도 단지 수사팀의 활약만이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도움까지 하나하나 드러나 보스턴 전체가 어떻게 이 사건을 극복했는지도 동시에 보인다. 여기서 토미의 캐릭터가 잘 만들어진 이유가 하나 더 등장한다. 토미는 직접 발로 뛰며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 새로운 증언, 새로운 목격자가 나올 때마다 토미는 그들에게 용감하게 대처했음을 감사한다. 영화가 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토미를 통해 수 차례 반복되는 것이다. 피터 버그 감독은 단지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직접 겪은 사람들과 보스턴에게 잘 극복해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중간에 있는 사건에 참상에 대해 토미가 오열하는 부분까지 더한다면 영화는 토미의 시선에서 거대한 실제 사건을 통째로 담아냈다. 실제 CCTV 화면과 인물들의 출연으로 사실감을 높이는 반면 한 캐릭터에 사건을 바라보는 모든 시선을 넣음으로 굉장히 많은 감정과 메시지를 축약적으로, 그리고 사람들에게 잘 와닿게 연출해냈다. 피터 버그 감독의 전작 <론 서바이버>가 전쟁터 한 가운데 있는 듯한 극도의 사실감을, <딥워터 호라이즌>은 사건을 바라보는 다각적인 시선을 그렸다면 <패트리어트 데이>는 이러한 전작들의 장점을 잘 절충해낸 작품이다. 비록 조금 더 내용이 보편적이고 영화 진행이 깔끔한 <딥워터 호라이즌>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패트리어트 데이>는 앞으로 피터 버그가 실화 바탕의 영화를 연출할 때 믿고 봐도 된다는 증표와도 같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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