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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13. 2017

[영화 리뷰] - <콩: 스컬 아일랜드>

사이즈를 활용하지 못하고 기교에 집착한 결과

  서구권의 괴수 영화 중 <킹콩>만큼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 있나 싶다. 1933년 시작되어 TV 시리즈들과 영화들을 거쳐 재탄생됐다. 영화에 한정에서는 모든 <킹콩>은 동화 [미녀와 야수]에 기반한 오리지날 스토리(킹콩과 여자의 사랑)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 <콩: 스컬 아일랜드>는 달랐다. 본격적인 괴수 영화화를 선언하며 만든 이 작품은 예고편만 봐도 거대한 사이즈의 액션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이후 워너브라더스는 몬스터버스, 괴수 영화들을 아우르는 유니버스를 만들 것이라고 한 만큼 괴수 영화의 고전 <킹콩>을 오락적이고 새롭게 해석한 발상과 용기는 좋지만 그 내실도 발상을 따라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앞서 말했듯 킹콩이라는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다면 가장 크게 가지는 메리트는 사이즈다. 이미 사이즈를 앞세운 유사 장르는 많았다. 그것이 기계(<퍼시픽 림> 등)든 괴물(<고질라> 등)이든. 하지만 캐릭터 킹콩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유인원으로 가장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거대 생물이라는 것이다. 날렵하고 빠르게 상대를 빠르게 제압하되 그 움직임의 범위가 굉장히 큰 액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로 영화는 이 부분을 잘 살려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마지막 스컬 크롤러와의 액션은 산으로 둘러싸인 허허벌판에서 싸우는데도 두 괴수들의 무게감을 잘 살려낸 장면이라 봐야 한다.

  하지만 영화 대다수의 부분에서는 이를 살려내지 못한다. 우선 이야기에서 사람과 킹콩 사이의 연관이 그렇게 크지 않아 킹콩이 등장하지를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이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도 다른 괴수들을 끌어들여 액션의 분량을 채운다. 문제는 그 괴수들이 개입되는 액션의 패턴이 굉장히 단순하다는 점에도 있다. 갑작스레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인데 누가 공격했냐만 바뀔 뿐 전반적인 패턴이 비슷해 참신한 괴수들이 대거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금방 익숙해져버린다. 그리고 액션에 있어서 상당 부분을 슬로우 모션 처리를 해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인물들이 정확하게 묘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략적인 갈등 구조를 위해 콘라드[톰 히들스턴 분]를 비롯한 민간인들은 콩에게 따르고 군인들은 콩에게 대항하는 구조를 띄지만 중간중간 변하게 되는 심리가 정확하게 묘사가 되지를 않는다. 특히 주인공으로 대표되는 콘라드는 입장이 중간중간 변하는 편이지만 그 결정이 마치 이야기에 캐릭터를 맞추는 격이었다. 얼핏 봤을때 시나리오 상에서는 캐릭터 형성에 신경을 많이 쓰고 복합적인 사유들이 캐릭터들을 둘러싸고 있지만 영화로 넘어오면서 그 부분들이 상당 부분 생략된 게 아닌가 싶다.

  본격적인 괴수 영화화 및 유니버스 형성을 선언했고 쿠키 영상에서도 이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다음 작품은 고질라와 킹콩이 맞붙는 작품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시작과도 같은 이 작품은 욕심은 많지만 막상 이뤄낸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캐릭터를 확고히 해놓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끈한 액션으로 가득 채운 것도 아니었다. 분명 스컬 아일랜드라는 세계관을 형성하고 캐릭터를 멋지게 짜놓은 것 같지만 그것은 시나리오에서일 뿐 영화에서는 일부분만 드러나 더 어색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이번 영화에서 못 다한 캐릭터의 이야기와 세계관을 확실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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