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신익 Mar 20. 2017

[영화 리뷰] - <미녀와 야수>

이미지의 실사화와 뮤지컬 시퀀스만 생각하면 만점이지만...

  디즈니는 자신들이 이전에 동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2D 애니메이션들을 실사 영화화 하는, 이른바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 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의 <말레피센트>를 시작으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신데렐라>, 존 파브로 감독의 <정글북>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특히 <신데렐라>와 <정글북>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와 색체를 살리되 실사화가 가지는 강점인 화려한 표현을 더해 평가는 물론이고 대중적인 지지까지 얻어낸 작품이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작년의 <정글북>으로 인해 기세가 정점에 올라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올 해 공개된 이 작품, <미녀와 야수>는 여러모로 기대할 요소가 많았다.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장르인 뮤지컬, 아카데미가 아주 보수적이던 90년대 초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원작 애니메이션. 마치 마블의 유니버스 초기의 <어벤저스>처럼, 일종의 집대성이며 정말 기다리게 되는 작품이었다. 분명 성공적인 실사화지만 영화가 주력한 부분들에 비해, 기대했던 것들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이 보여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우선 정말 칭찬하고 싶은 것은 앞서 말한 실사 영화화의 최대 장점인, 2D로 보고 상상하던 것을 실사로 본다는 것이다. 원작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역시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작품이지만 실사와 화려한 미술과 기술로 무장한 <미녀와 야수>는 보기만 해도 황홀경에 빠지는 표현으로 가득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로 예시를 들어보자면, 여러 가구들이 재치있게 합창하는 [Be Our Guest]는 원작보다 더 화려하게 표현이 되어있으며 후반부와 마지막, 두 차례 등장하는 무도회장에서의 [Beauty and The Beast]와 야수[댄 스티븐스 분]의 테마곡인 [Evermore]는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소름돋는 표현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만큼의 감정적인 전달이 이루어지고 있다. 뮤지컬의 장를 취하고 있는 만큼 위 세 곡을 제외하더라도 노래를 상황과 캐릭터 설명에 적극적으로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캐스팅이다. 이미 2D로 많이 봐온 그림이기에 캐스팅이 어긋난다면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캐스팅은 아주 뛰어나다. 벨 역할의 엠마 왓슨은 벨이 요구하는 성격, 당차고 긍정적인 미녀에 아주 적합한 캐스팅이며 모션 캡쳐로 처리된 여러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 역시 얼굴이 거의 직접 등장하지 않음에도 풍부한 목소리로 영화를 채우고 있다.(특히 그 중에서도 엠마 톰슨의 캐스팅은 노래의 측면에서나 극 중 캐릭터를 고려해서나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배우는 개스톤 역할을 한 루크 에반스다. 개스톤은 아주 평면적인 캐릭터다. 노골적으로 벨을 원하고 야만적이며 욕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다. 이미 전형적인 나쁜놈으로 그려졌는데 루크 에반스는 특유의 뻔뻔함과 단순함으로 잘 살려내 오히려 이 미운 캐릭터를 보기에는 재미있게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영화에는 장점만큼이나 아쉬운 단점들이 존재한다. 우선 이야기가 굉장히 늘어지게 설계가 되어있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85분인 반면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무려 129분에 달한다. 물론 원작에 없던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는 일부일 뿐 원작의 틀을 당연히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늘어난 40분 가량의 러닝타임은 같은 것을 반복하는 데 사용된다. 초반 시퀀스를 예로 설명을 하자면, 벨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노래 [Belle]이라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을 사용한다. 마을에서 예쁘지만 괴짜로 취급받는 처지, 그런 벨을 좋아하는 개스톤, 그리고 어디에 어떻게 사는지, 이 캐릭터의 성격은 어떤지 이 노래를 통해 충분히 설명된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빠르게 사건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데 영화는 그러지 못하고 다음 사건까지 약간의 호흡을 둔다. [Be Our Guest]도 시퀀스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그 전후로 비슷한 동어반복이 이루어지는 느낌이 없지는 않다.

  영화의 대부분의 감정들이 후반부에 몰려있어 이러한 단점은 더더욱 크게 느껴진다. 결국 벨과 야수의 사랑이 이뤄지고 이를 방해하는 세력의 개입이 있어 위기를 조성하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이야기에서 가장 큰 감정적인 울림을 준다. 하지만 이야기가 늘어지면서 좋은 장면들은 충분히 좋게 받아들여지지만 129분의 큰 호흡에 있어서는 조금은 보는 사람을 심심하게 만들지 않나 싶다. 분명 영화는 좋은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지만 아쉬운 이야기가 그 이미지들이 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막아서고 있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2D 애니메이션도 그 자체의 감성이 있고 이를 100% 실사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는 이미 한계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거기서 극도의 사실감을 추구해 <정글북>과 같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아예 서사적인 측면에 집중해 <신데렐라>같은 작품을, 이야기의 시선을 조금 달리해 <말래피센트>와 같은 작품을 만들 수가 있다. 이렇듯 이야기와 감성은 원작의 그것들을 추구하되 영화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에 고민해야 영화로서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미녀와 야수>는 실사 영화의 형식을 가지되 원작 애니메이션에 동일한 접근법을 가져갔다. 그래서일까, 분명 만점짜리 뮤지컬 시퀀스와 시각적인 표현을 가지고도 그저 '나쁘지 않은 작품' 정도로 나와버린 것 같아 아쉽다. 분명 이 영화는 걸작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뷰] - <콩: 스컬 아일랜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