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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20. 2017

[영화 리뷰] - <재심>

어려운 사건에 대한 쉽고 보편적인 접근

  지금까지 국가(와 시스템)의 실수(혹은 악의)로 국민이 피해를 봐 이를 재조명하는 이야기는 많았다. 대다수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대부분 대중의 관심을 끌어낸 작품들이었다.(<도가니>, <부러진 화살>, <변호인> 등) 이번 작품 <재심>도 앞서 언급한 작품들과 비슷하다. 이야기가 취하는 소재도 그렇고 대중들의 관심을 받은 것도 그렇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넘고 이제서야 관람하고 리뷰하고 있지만, 그 한 달이 넘는 기간 사이 <재심>은 240만 관객을 넘기며 비교적 작게 제작된 영화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성공적인 성적을 올렸다. 이 영화를 봤을 때 특출난 장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특별한 단점 역시 보이지 않았으며 어찌 보면 평범할 수 있지만, 누구나 익숙하고 거부감이 없는 보편적인 접근이 이 영화를 성공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앞서 말한대로 이 영화는 굉장히 특별하고 어렵고 민감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평범하게 접근하고 있다. 연출적인 기교도 눈에 띄게는 보이지 않으며 플롯의 구성에 있어서도 시간에 따라 순행의 구조를 취하며 적절한 타이밍에 플래시백으로 과거를 설명하는 등 아주 평범하다.(비슷한 소재의 <변호인>과 비교해보면 굉장히 반대되는 성향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소박한 연출을 통해 얻어낸 것은 안정적인 구조와 분명한 이야기의 전달이었다. 비록 감정을 과하게 끌어올리는 신파적인 장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강도도 약해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술술 넘어가는 편이었다. 거기에 더해지는 요소는 배우의 연기로 한정하여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도 힘이 실리고 이야기의 진행에 큰 사족이 붙지 않는다는 장점을 취한다.

  하지만 비교적 튼튼한 메인 플롯에 비해 곁가지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한 느낌이 든다. 당장 서브 캐릭터들에게는 충분한 인과관계가 설명되지 않아 이야기 내의 비중이 꽤 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선택의 이유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현우의 엄마[김해숙 분]와 창환[이동휘 분], 최영재 검사[김영재 분]의 캐릭터가 그러했으며 이들에게 부여된 애매한 비중이 오히려 이야기를 깔끔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싶다. 또한 과도하게 문어체적인 대사가 많아 이야기의 집중을 방해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창환의 멘토링을 준영[정우 분]이 끊고 말을 이어가는 장면과 마지막 폐공장에서 준영과 현우[강하늘 분]의 대화가 그렇다. 분명 두 장면이 감정적으로 하이를 치는 장면이지만 두 장면에서 등장하는 대사와 연출되는 방식은 과도하게 감정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했다. 아무리 정우와 강하늘이 모두 뛰어난 연기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런 부분까지 자연스럽게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미 개봉한지 한 달이나 지났고 그 사이에 이 영화는 꽤나 많은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박스오피스 1위도 했었고 소재가 소재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작품이다. 그런 만큼 필자도 이런저런 많은 얘기들을 들었고 이 영화를 좋게 보는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그래서일까, 어떤 기대나 생각 없이 이 영화를 관람했고 단점이 직접적으로 보임에도 나쁘지는 않게 관람했던 것 같다. 물론 어딘가 과하고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는 않지만 신파로 비판했던 여타 작품들보다 더 깔끔한 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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