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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13. 2017

[스포일러有] <문라이트>와 <컨택트>

두 영화에 대한 두서없는 후기

어제 다시 보고 싶던 작품 <문라이트>와 <컨택트>를 다시 봤습니다.

이미 본 리뷰는 작성한 만큼 그냥 두서없이 들었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이 글에는 두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문라이트>

1. 처음 봤을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첫인상은 진득한 드라마였는데 이번에 봤을 때는 이야기가 훨씬 유연하게 보였어요.

2. 이전에 저는 이 영화를 샤이론이 갈망하는 색을 그린 영화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색에 집중해서 봤는데 확실히 이 영화는 색을 찾는 영화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속에서 보면 세 사람 이상 있는 공간은 유독 여러 색이 함께 등장하는 것 같았습니다. 샤이론의 집, 후안의 집, 학교, 길거리 등등. 그런데 케빈과 함께 있는 바닷가, 테레사 집의 침실, 영화 마지막 케빈의 집 등 두 인물, 혹은 혼자만의 공간은 색 구분이 분명합니다. 물론 후안의 블루와 케빈의 레드와 같이 정확하게 나뉘는 건 아니지만 보통 두 인물만의 공간은 따뜻한 색만을 줘서 공간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뛰어나지만 다시 보니 어머니 역할을 맡은 나오미 해리스의 연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첫 파트의 점차 미쳐가는 과정에서 두 번째 파트의 광기의 절정, 세 번째 파트에서 내려놓은, 이 세 가지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컨택트>

1.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루이스가 과거를 돌아보는(줄 알았지만 미래를 보는) 장면들이 삽입되기 시작하는 게 헵타포드들과 '적절한 첫인사'를 나눈 이후입니다. 이미 여기서 헵타포드와 루이스의 소통 관계, 그리고 루이스의 헵타포드 언어에 대한 이해가 이뤄졌다고 봐야 하겠죠. 영화가 영리한 것은 이후 인서트들은 점점 구체적이고 규모가 커집니다. 당연히 그 순서는 루이스가 헵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해나가는 정도에 따라서 진행되죠.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중에는 구체적인 미래를 보아 전쟁을 막기까지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또 하나 재미있는 부분은 그 인서트들에 나오는 대사들을 잘 들어보고 후반 장면들을 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그 답을 후반에서 찾을 수 있으니까요.)

2. 이미 이런 해석은 많지만 이 영화를 기독교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참고로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와 그를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 믿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보상, 가시 면류관을 연상시키는 문자. 또한 루이스가 그들을 직접 대면했을 때 전신이 드러나는데, 상반신이 특히 예수의 형상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종교적인 메시지를 사용하는 영화는 충분히 많고 하필이면 소재가 기독교가 부정하는 외계인이기도 하지만 무교인 제가 이렇게 느꼈다면 분명 이거보다 더 구체적으로 해석을 시도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3.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플롯 구성은 평범합니다. 새로운 것의 등장에 따른 소통, 그리고 과거사가 그 과정에 끼치는 영향을 인서트로 처리. 그러나 후반부를 만나면서 영화 전체는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버립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과거인 줄 알았던 게 미래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완전히 독특한 플롯 구성이 되어버리죠. 여기서 이 영화가 정말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후반부 플롯 구성은 끝까지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려 합니다. 이제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면서 이게 회상인지 아니면 루이스의 상상인지 헷갈립니다. 갑자기 헵타포드어 강연 장면이나 이후 만찬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딸과 계곡에 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죠. 영화는 후반부에 시간 순서를 제대로 꼬아서 장면을 배열해버립니다. 덕분에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끝까지 긴장감 있게 가져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째는 오프닝을 루이스의 개인사로만, 그것도 아주 잘 연출된 영상으로 채워 넣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헵타포드어의 의미가 갖는 데 있어서, 또 영화의 전반에 있어서 루이스의 개인사는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영화는 지지부진하게 끌지 않고 중요한 이미지들만을 선별해 오프닝을 그려냅니다. 그 이미지들을 통해 루이스의 딸에 대한 사랑과 상처 모두 담아내죠.(이 부분에 있어서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이 진짜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가 거시적인 소통과 자연스럽게 맞물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4. 마지막으로 짧게 붙이자면 마스킹(스크린 여백, 검은 화면을 가려주는 것)을 해주는 극장에서 보세요... 뭐 이제는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조차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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