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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Apr 03. 2017

[영화 리뷰] -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그저 그런 SF 액션 영화 (원작의 아성과는 다르게)

  할리우드에서 고전을 끌어올리는 선택은 지금까지 많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화 기술이 빠르게 발달함에 따라 과거 기술로는 구현이 불가능했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빠르게 실사화되고 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는 그런 점에서 할리우드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이자 동시에 위험한 소재였을 것이다. 화려하고 독특한 세계관과 철학적인 이야기의 결합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공각기동대>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고전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원작만 잘 구현해내도 좋은 작품이 나올 테지만 반대로 원작의 기준이 너무 높아 이를 구현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비록 필자가 <공각기동대>를 본지 오래되어 원작과 비교하여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 어렵지만, 원작을 고려하지 않고 이 영화를 보더라도 좋게 말을 하기 어려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시각적으로 실사화된 영상은 아주 멋있었다. 특히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등장하는, 인간의 제조(!) 과정은 영화의 근본적인 질문을 오롯이 시각화하여 어딘지 모르게 성스럽고 아름다우면서도 위험해보이는 분위기를 아주 멋지게 만들어냈다. 처음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도 원작의 오프닝에 뒤지지 않을 만큼 멋지게 구현되어있다. 미래적인 요소와 동양적인 요소가 잘 결합된 공간과 이를 과감하게 종횡무진하는 액션은 적절한 슬로우모션과 함께 화려한 쾌감을 선사한다. 오프닝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영화는 뛰어난 시각적 요소들로 가득해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재미를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강점인 시각적인 요소들로 멋지게 질문을 던지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순탄치가 않다. 어쩌면 이 질문에 깊게 접근하고자 하는 의도가 거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상 이 영화는 시각화와 액션에 집중하는 느낌이 강하다.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주제에 대해 접근한다기 보다는 단지 배후 세력을 들춰내려는 사건의 진행으로서 성격이 강하다.(그리고 사건이 진행되면 액션을 보여줄 여지가 늘어난다.) 이 요소가 강하게 드러났던 씬은 오울레 박사[줄리엣 비노쉬 분] 암살 시도에 대한 대응이었다.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분]는 범인을 쫓아가는 액션이 펼쳐지는데 액션의 마무리는 과도하게 슬로우 모션이 첨가된 일방적 구타(!)였다. 단일 이미지로서는 멋진 장면이었지만 오히려 이 시퀀스가 이미지를 위해 소모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의 반열에 든 작품은 그 작품의 규모에 상관 없이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단지 시각적, 오락적인 쾌감에 제한되지 않고서 말이다.(당장 우리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당시 최고 블록버스터인 <벤 허>를 어떻게 기억하는 지 생각해보자.) 그런 면에서 이번 실사화는 반쪽짜리 성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원작의 아성이 가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고찰은 크게 살리지 못하고 그저 그런 평범한, 할리우드가 내놓은 또 하나의 SF 액션 영화가 된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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