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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Apr 03. 2017

[영화 리뷰]- <히든 피겨스>

특별한 이야기 그 자체가 갖는 힘

  영화를 이루는 데에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무엇을 다루느냐', 즉 이야기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이야깃거리나 소재를 차용해 잘 살려낸다면 그 자체로 좋은 영화가 나오기도 한다. <히든 피겨스>는 이러한 영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한 점은 비교적 평범하지만 영화는 이 이야기를 살려내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워낙에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이 강해 이것만 제대로 살려내도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란 확신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그 자체로 희귀한 시대의 걸작이 나오진 못했어도 아주 뛰어난 작품이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영화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는가', 즉 연출의 측면에서 특별하게 부각되는 점은 크게 없다. 굳이 꼽는다면 위급한 순간에서도 언제나 유쾌한 리듬을 유지하려는 것들 말고는 거의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 부분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게 워낙 이야기가 가진 힘이 강하다. 신비와 혁신의 상징인 나사(NASA), 그리고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 인종 차별의 문제. 이 이야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소화만 해도 뛰어난 영화가 나올 것이고 영화는 이를 성공해낸다. 나사가 같는 신비한 느낌과 인종 차별의 묵직한 메시지를 유쾌하게 하나의 흐름으로 그려냈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어 가능했던 것일 수 있지만 만든이들의 솜씨를 부정할 수는 절대 없을 것이다.

  오직 이야기만이 존재하다보니 배우들에 대한 큰 강조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뛰어난 연기가 드러난다. 세 주인공의 연기를 맡은 타라지 P. 헨슨,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 쓰리톱과 하나의 기둥과 같은 든든한 역할을 소화하는 케빈 코스트너, 분량이 많진 않지만 특유의 차가운 느낌을 주는 커스틴 던스트, 그리고 <문라이트>에서 자넬 모네와 이미 호흡을 맞춰본, 중후한 매력의 매허셜라 알리까지. 영화 전반이 주인공 세 인물에게 맞춰져 있음에도 작은 배역의 배우들의 연기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었다.

  사실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만한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이다.(<라이언>과 더불어서) 워낙에 기대가 컸던지라 이런 느낌이 든 것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특별한 이야기의 특별함이 쉽게 드러날 수 있도록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 만큼 감독과 작가는 이 이야기가 가진 힘과 장점이 무엇인지 아주 잘 파악하고 있고 그래서 오히려 기본으로 회귀한 것은 아닌가 싶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민감한 소재를 쉽고 유쾌하게 풀어앵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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