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새롭고자 하는 시도들은 돋보였다
조폭과 경찰의 대립을 다룬 범죄 영화는 전세계를 막론하고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와 더불어 정치, 혹은 대기업과 연관지어 단순 밑바닥의 처절한 싸움이 아닌, 멋있는 세계의 비참한 뒷모습을 자주 그려내고 있다. 이 장르가 분명한 특징과 재미를 보장하는 만큼 많은 영화가 한국에서 나왔지만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류, 혹은 진부한 작품들이 많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프리즌>은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놀라운 작품이다. 누구도 감옥을 거대한 범죄의 판으로 사용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비록 아쉬운 부분이 꽤 있는 작품이지만, <프리즌>은 영화가 가진 장점을 적극 사용할 줄 아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앞서 말했듯 이미 많이 다뤄진 장르고 어느 정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며, 그렇다고 파고드는 깊이가 깊지는 않아보인다. 결국 이 영화는 조직간의 힘싸움이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선에 가까운)작은 집단이 (악에 가까운)큰 집단과 싸우는 작품이다. 언더커버 형식의 작품 역시 이미 많이 나왔고 이 영화에서 언더커버의 매력을 크게 다루지도 않는다. 서로 속고 속이는 트릭 역시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액션에 있어서도 큰 야심을 보인 작품은 아니며 액션은 그저 갈등의 물리화의 역할만을 한다.(단, 정익호[한석규 분]의 숟가락은 예외로 하자.)
그러나 이 모든게 영화의 기본 전제에 의해 새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감옥은 지금까지 범죄 영화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공간, 혹은 퇴장이나 고립의 공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죽음과 같은 개념으로 범죄 영화 속 많은 범죄 영화들이 그렇게 끝나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감옥을 시작의 공간으로 묘사한다. 범죄 영화에서 가장 밑바닥과도 같은 곳이 판이 되어버리니까 이상하게 영화의 분위기가 역으로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 있다. 또한 단순한 대립 관계로서의 '경찰-범죄자'를 넘어 '관리자-피관리자'가 되고 그 관계가 무너지니 상호간의 묘한 심리전이 더더욱 강해진다.
앞서 말했듯 이야기의 구조적으로 어떤 트릭이나 속임수가 강조되지는 않는다. 그 빈 부분들은 인물들에게 집중이 되는데 그 만큼 이 영화의 인물들은 꽤나 인상적인 편이다. 특히 한석규 배우가 연기한 정익호라는 캐릭터는 한석규의 연기적인 측면에서나 캐릭터라이징의 측면에서나 아주 놀라운 캐릭터다. 단순한 절대악으로서의 캐릭터가 아니라 철저한 원칙을 가진 캐릭터고 단순한 야망보다는 자신의 구역에 대한 집착이 강한 캐릭터라는 것을 잘 압축해 담아냈고 묵직하게 표현됐다. 이 캐릭터의 존재만으로도 영화가 진행되는 힘이 있단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존재감은 어마어마했다.
앞서 말했듯 아쉬운 부분도 꽤 있는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설정들을 가져왔고 그 설정들이 드러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그렇다 보니 그러한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최소한 영화의 강점들만큼은 부각되어 충분히 즐길만한 작품이 나왔다. 조금은 더 욕심을 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프리즌>의 선택과 집중은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비슷한 작품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그 자체로 눈에 띄는 작품이 나온 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