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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Apr 07. 2017

[영화 리뷰] - <라이프>

스릴러로서의 긴장감 하나는 인정 (당혹스러운 결말까지)

  아직까지 인간이 많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공간이라서 그런 것일까.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들은 여러 방면으로 참신한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 판타지와 결합한 스페이스 오페라도 있고 사실적인 관점으로 우주를 그려낸 작품도 있다. <라이프>는 스릴러, 혹은 호러로 우주를 그려낸 작품이다. 물론 생각나는 작품이 꽤 있지만 생존하고자 하는 두 존재의 대결에 집중한다. 그려내는 그림에 비해 영화의 힘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 스릴러, 호러라는 장르로서 가지는 긴장감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할 작품이라 생각한다.

  영화에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구석이 많다. 일부 사건들은 우연에 의존해 전개가 되고(ex. 역추진을 위한 우주선이 하필 미끼를 둔 공간으로 도킹한다.) 조금은 부족한 인과에 의해 전개가 된다.(ex. 휴[엘리욘 버케어 분]와 캘빈 사이의 부족한 유대관계)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대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많고 그 대사들이 상투적이거나 필요가 없을 만큼 설명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란다[레베카 퍼거슨 분]가 캘빈을 두고 "이 감정을 이성적이거나 과학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이라 수식하며 자신의 감정을 말한다. 아무리 과학자라는 설정이 있다 하더라도 과도하게 상투적인 수식이 붙어있다. 또한 구조선의 도킹에서도 상황을 일일이 대사로 전달한다. 그렇다보니 긴장에서 환기되는 기능이 제대로 안 될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몰입 자체를 방해한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이 많지만 영화는 최소한 상황에 들어갔을 때 만큼은 제대로 힘이 들어간다. 오프닝의 롱 테이크에서 대표적으로 보여지는데, 우주선 내부 좁은 공간을 굉장히 유려하게 담아내고 무중력을 적극 활용해 독특하면서도 충격적인, 어쩌면 아름답기까지 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또한 생존이 우선인 만큼 필요에 따라 캘빈은 인간에 대한 추적을 멈춘다.(ex. 휴의 다리, 미끼로 사용되는 산소봉) 이런 정적인 순간들을 통해 완급조절이 뛰어나 보는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느낌이 강하다. 존재에 대한 물음이나 이 사태의 원인으로 제시한 생존 의지도 제외한 채, 개개인의 사정도 최소한으로 남겨둔 채 스릴러, 호러의 장르에 집중했고 최소한 그 성과는 거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애초에 기대한 것보다는 아주 별로였다.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소재였음에도 이를 포기했고 최소한의 이야기에 집중했음에도 그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원초적인 재미 하나만큼은 그래도 잘 살려냈고, 예측 가능한 반전을 갖고 있음에도 그 결말 자체를 아주 강하게 설정 해놓아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스릴러로서는 아주 뛰어나게 관객들을 (좋은 의미로)당혹스럽게 만든다. 선뜻 누군가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보겠다는 사람을 말리지는 않을 만큼, 팝콘 무비로서는 나쁘지 않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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