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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Apr 14. 2017

[영화 리뷰] -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그래도 시리즈의 쿨함은 지켜내줬기에

  뒷골목 레이서들의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4편부터는 본격적인 블록버스터화가 들어가더니 이제는 전세계를 주름잡는 시리즈가 되었다. 그 과정을 학생때부터 쭉 함께해서였을까, 이상하게 다른 어떤 대세의 시리즈물보다 이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시리즈물의 경우 '이제 좀 그만 나와도 되지 않나?'하지만 이 시리즈의 경우에는 '제발 오래오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슈퍼카와 액션, 쿨함, 그리고 가족으로 수놓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번 신작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그렇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가지면서도 전작이 시리즈 최고의 작품인 <더 세븐>이어서 원래보다는 기대를 많이 죽이고 갔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더 세븐>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는지 부각시켜주는 작품이 됐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가 무작정 실망스러운 것은 아닌게 시리즈 특유의 매력만큼은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F. 게리 그레이 감독은 그렇게까지 어울리는 감독은 아니었다 생각한다. F. 게리 그레이 감독의 전작들은 정적인 서스펜스가 강하거나 스타일리쉬한 연출이 돋보인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분노의 질주>는 아날로그적인 박력이 강하고 이를 통해 거대한 규모의 액션에 사실감을 그려넣는 영화였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유독 슬로우 모션의 활용이 많아서 오히려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물론 <분노의 질주>가 슬로우 모션을 사용하지 않은 건 아니다. 최고의 작품이라 했던 <더 세븐>의 경우에도 중요한 액션씬마다 슬로우 모션이 있었다. 브라이언[故폴 워커 분]이 절벽에서 도약하는 장면, 아부다비에서 고층 빌딩 사이를 슈퍼카로 이동하는 장면, LA액션 시퀀스의 마지막 스턴트까지. 하지만 이 장면들의 공통점은 액션 시퀀스의 마지막이거나 단일 차량, 혹은 개인의 대규모 스턴트를 광각으로 촬영해 환기하고 그 규모를 강조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비교적 소소한 액션 합에서까지 슬로우 모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하다 못해 총알이 발사되고 떨어지는 탄피까지 슬로우 모션으로 담아냈다. 만약 슬로우 모션의 사용을 절반만 더 줄였더라면 더 사실적이고 박력있는 액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초반부 시퀀스는 쓸 데 없이 길게 배치된 감이 없지 않으며 일부 액션 씬의 전개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뉴욕 시퀀스는 보여지는 규모야 거대하지만 그 규모가 가지는 감각을 제대로 살려낸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 시퀀스에서는 이야기에 대한 의욕이 강해서인지 오히려 액션의 박력이 (규모이 비한다면)묻힌 감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 마지막 액션 시퀀스도 잠수함이라는 좋은 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활용되는 건 사실상 시퀀스의 말미에 달해서다. 필자가 기대했던 것은 <더 맥시멈>에서의 탱크였다. <더 맥시멈>의 고속도로 액션 시퀀스는 탱크와 슈퍼카의 대결 구도가 중요한 전개의 흐름이었고 <더 익스트림>은 그 역할을 잠수함이 해주길 바랐다. 잠수함을 활용하는 기발한 시퀀스도 분명 있다. 로만[타이리즈 깁슨 분]이 물에 빠지고 이를 끌어올리는 시퀀스가 대표적인 예시다. 그러나 이런 그림의 활용이 아주 제한적으로 나오고 대부분의 액션은 몇몇 단순 액션의 반복이라 아쉬웠다. 차라리 잠수함을 더 일찍 투입시켜 더 큰 혼란을 유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속 대평원 씬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끝날 때, 극장의 자리에서 일어나며 든 생각은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이었다. 필자는 그 이유를 이 작품이 시리즈의 기본적인 매력만큼은 잘 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아쉽긴 하지만 이번에도 카 액션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노력을 했고, 씬의 정교함 이전에 오는 힘이 있었다. 쉽게 말하면 아쉬워도 기본적인 재미는 전달했단 것이다. 또한 여전히 영화는 쿨하다. 앞선 카 액션에 대한 전제와 더불어 이 쿨함이 영화는 무리수들을 재미로서 합리화시킨다. 대표적인 장면이 감옥 시퀀스다. 괴물같은 홉스[드웨인 존슨 분]의 활약은 액션이면서 동시에 코미디적인 요소를 가지는데 그 이유는 군더더기 없이 쿨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가족주의다. 이 영화가 진정 <분노의 질주> 시리즈임이 가장 강하게 느껴진 것은 다름 아닌 엔딩이었다. 감탄사와 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 <더 맥시멈>의 엔딩을 생각나게 하는 패밀리의 기도를 보면 '아, 이게 분노의 질주지'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가 쿨함이라면 감정은 가족에 기반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더 세븐> 속 희대의 명장면이 탄생한 것이기도 하고)


  구체적인 연출 면에서는 F. 게리 그레이 감독이 맞지 않았을진 몰라도 최소한 그는 이 시리즈의 기본 요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이 영화가 <분노의 질주> 시리즈 내에서는 아쉬운 작품일지라도 <분노의 질주>의 반열에 들기엔 충분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냉정하게 말해 이 영화는 <더 세븐>에서 최소 세 보 이상은 후퇴한 하위호환 작품이다. 영화에서 꾸준히 언급되듯 브라이언의 공백감도 크고 영화 자체적인 완성도나 오락적인 면에서도 <더 세븐>에 비한다면 많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원하다. 몇몇 시리즈물은 감독이 수없이 바뀌어도 그 완성도가 꾸준히 좋은 경우가 있다. 어쩌면 연출자보다 제작사의 측면에서 시리즈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설계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리드다. 대표적인 예시가 마블 스튜디오라고 생각한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 반열에 올라간 것 같다. 무엇을 관객이 이 시리즈에서 원하고, 이 시리즈의 진정한 강점과 분위기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을 함께했다는 개인적인 애정과는 별개로 이 시리즈는 끊임없이 나왔으면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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