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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08. 2017

[영화 리뷰] - <런던 프라이드>

그리 거대하진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와닿는 진실한 연대

  영국 영화는 미국과 같은 언어권으로 할리우드 영화와 연장선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007> 시리즈가 그렇고 <해리 포터> 시리즈가 그렇다. 그러나 작은 규모로 파고들수록 미국과 영국의 영화들에는 아주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워킹 타이틀의 영화들, 그리고 존 카니의 영화들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되지 않나 생각해본다. <런던 프라이드>는 관람하는 내내 최근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국 영화들, 워킹 타이틀의 경우 <어바웃 타임>이,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중에는 <싱 스트리트>가 생각나는 영화였다. 어딘지 모르게 진심을 다해 응원하게 되는 그들의 열정과 순수함 때문이다. 그리고 예민할 수도 있는 소재를 아주 유쾌하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고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야기의 근본이 되는 실제 사건이 그러한 만큼 영화는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소재를 가진다. 가장 자유분방한 동성애자들과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광부들. 극 초반에야 이질적인 분위기를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내 이 영화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이 두 지역을 이어낸다. 소수자들의 이야기이기에 소수자 특유의 밝은, 신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영화가 지향하는 것은 마이너함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보편적 감정으로서의 희망이기 때문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공감대와 감정선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좋은 기분을 느꼈으며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굉장히 책임감이 있는 영화다. 보편적 감성으로서의 희망임과 동시에 영화는 굉장히 현실적인 희망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잘 될 거야'와 우연의 연속이 아닌, 인물 각자의 위치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지고 있는 무게를 통감한다. 당시 동성애자들이 받던 사회적인 박해(그것도 조금의 세대와 지역의 차이를 둔 광범한 차이를 둔), 광부들의 편협한 시각과 그들에 대한 이해까지(어떻게 보면 그들이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동성애자들의 오해까지). 그렇기 때문에 희망과는 반대로 그들이 처한 위기 역시 관객들에게 와닿으며 어딘지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모든 영국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필자가 지금까지 보고 느낀 영국 영화들은 굉장히 진심으로 대상을 대한다는 것이다. 글의 도입에서 말했듯 소수자의 문제를 단순히 소수자의 문제, 혹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지 않고 이 문제를 그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공감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워낙에 독특한 이야기이고 실재했던 이야기인 만큼 이야기 자체에서 나오는 힘이 강한 것도 있겠지만, 그 분위기를 정말 잘 구현해낸 영화가 아닌가 싶고 그렇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의, 우리에겐 생소한 사람들의 이야기임에도 어딘지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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