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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10. 2017

[영화 리뷰] - <보안관>

전형적인 부산의 느낌을 아재가 새롭게 만들줄은

  5월부터는 사실상 여름 시즌이 시작되어 소위 말하는 '규모 있는' 영화들이 대거 개봉한다. 거기에 한국의 5월 초는 황금 연휴와 조기 대선이 맞물려 그 경쟁이 더더욱 박차를 가했다. <특별시민>, <임금님의 사건 수첩> 등의 영화들이 이에 해당한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즌을 노린 전형적인 기획과 진부한 캐릭터와 전개 등으로 이러한 영화들은 생각보다 많이 외면을 당하곤 한다. <보안관>도 그래보였다. 연휴를 노린 전형적인 부산 느낌의 코믹 수사물. 이미 한국 영화에서 많이 보여져 왔던 포맷인데다 부산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함은 이제 진부함으로 변해버렸다. <보안관>은 그러한 부분에서 오는 단점을 분명 가지고 있는 영화다. 하지만 설마 소위 말하는 '아재'스러운 느낌들이 영화를 새롭게 만들어 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영화 오프닝에서 흘러 나오는 <영웅본색>의 OST, 그리고 끊임 없이 오마주되고 등장하는 <영웅본색>. 이미 이 지점에서 영화는 특유의 올드함을 주 무기로 삼고 나아간다. 또한 제목이 <보안관>인 것처럼 완전히 지역 중심적으로 이루어져 부산의 색채는 굉장히 강해진다. 비록 일부 씬이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구멍이 있지만 영화는 아주 진부한 요소들로 이를 극복해낸다. 놀라운 것은 그게 통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척'하는 것이 아니라 대놓고 B급의 정서를 노리는듯한 느낌이 들면서 한국 영화에서 가장 사람들에게 친숙한 공간인 부산에 집중함으로서 일종의 로컬라이징(!)을 해낸다. 덕분에 이 B급 정서는 부담없이 다가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연출이 가능했던 것은 이성민, 김성균, 조진웅의 쓰리 톱과 더불어 조연진의 걸출한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의 감칠맛을 살려주고 특유의 부산과 아재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다수의 영화에서 부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부산만의 억양과 말투, 마초적인 심리를 캐릭터에게 상당수 투영하는데 이 영화에서 배우들은 그 느낌들을 제대로 살려주었다. 만약 이런 배우들이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단점들을 앞서 말한 연출로만은 커버할 수가 없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형사 혹은 수사에 코미디를 접합한 장르는 한국 영화에서도 이미 과포화 상태이다. 물론 뛰어난 기본기로 진부한 연출을 하면서도 살아남을 방법이 있겠지만 이제는 검사로 영역을 확장하거나 현실적인 사안을 영화로 끌어들이는 등 이러한 장르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많은 시도들이 이루어져 왔다. 그런 의미에서 <보안관>은 참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미 지나간 것들(부산, <영웅본색>, 아재)을 영리하게 재조합하여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냈다. 이동진 평론가는 <매트릭스>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새로운 것들을 완전히 창조하여 창의적인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필자의 의견에서는 <보안관>도 넓게 본다면 그 말에 해당하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물론 <매트릭스>의 창의성에 비한다면 그 강도가 상당히 약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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