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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10. 2017

[영화 리뷰] - <특별시민>

할 말도, 한 말도 너무나도 많지만

  최근 대한민국의 시국을 생각한다면 이 만큼 적격인 영화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 조기 대선, 그 시즌에 맞춰 개봉하게 된 정치 영화. 그것도 선거를 집중적으로 공략을 하게 되면서 사실상 시즌의 힘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를 기획한 사람은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라고 칭찬을 하고 싶다. 그러나 거기서 욕심을 더 부린 탓일까. 너무나도 알맞은 시즌에 개봉하게 된 축복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영화엔 너무나도 많은 에피소드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다. 덕분에 오히려 '시즌을 날로 먹기 위해 나온 영화'라는 인식이 생겨났고 오히려 선거 시즌의 역풍을 제대로 맞은 작품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배우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변종구 역할을 맡은 배우 최민식의 연기는 두 말 하면 잔소리다. 변종구 특유의 이중성과 개인적인 트라우마, 그러면서도 단상에 섰을 땐 누구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은 위압감을 제대로 표현해낸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사실상 이 영화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이다. 아주 작은 역할들, 심지어 엑스트라까지 우리가 모두 알만한 배우들로 구성된 이 영화는 그들의 뛰어난 연기로 관객들의 몰입을 유도하려고 한다. 하지만 연기와는 별개로 캐릭터의 행동이나 심리가 이해하기 너무 힘들게 되어 있으며(대표적으로 변종구의 뺑소니 이후 이 트라우마) 캐릭터가 허무하게 소모되는 것도 아주 많이 보인다.

  영화가 이렇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영화 안에 과도하게 많은 에피소드가 정리가 되지 않은 채 들어갔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안에서는 현실에서 연상이 가능한 대부분의 정치 스캔들이 에피소드화 되어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하지만 사실상 이는 사실상 보여주기에 급급해보이고 각 에피소드들을 이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전반과 후반의 같은 인물을 두고도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은 묘한 느낌이 들게 된다. 사실상 관객이 이 영화에서 보게되는 것은 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한 메시지가 아니라 많은 에피소드에 그치게 된다. 물론 시즌이 시즌인 만큼 자연스레 '신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는 결론이 나오기는 하지만, 글쎄, 그것이 과연 영화 자체로부터 관객들이 연상할만한 결론인지는 잘 모르겠다.

  비록 선거의 방식이 다르지만 당장 선거를 다루는 방식에서 일종의 수싸움으로 흥미롭게 다룬 <미스 슬로운>과 같은 영화도 있었고 박인제 감독의 전작 <모비딕>만 해도 이 영화는 너무 난잡하게 정리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비딕>도 완벽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음모론을 다루는 데 있어서 90년대 한국 사회상을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를 해내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이 영화엔 시즌을 노린 과도한 욕심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그것이 기획자든 제작사든). 분명 욕심을 낼만한 시즌에 개봉을 하게 되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즌 벌이 장사를 하려 해도 기본은 갖춰야 하는데 이 영화는 욕심을 부리는 과정에서 기본기가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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