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Saw)

흥부의 박을 타자

by 이승형

흥부 가족이 제비의 부러진 다리를 고쳐주자 이듬해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준다. 그 박씨를 심어 다 자란 후에 흥부 가족이 박을 타자 그 안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왔다. 이때 흥부가 박 타는 데 쓴 연장이 톱이다. 흥부전의 박을 타는 톱질은 박으로 상징되는 희망을 여는 행위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톱은 목수의 핵심 연장 중의 연장이다. 톱이 없다면 목수는 아예 일을 할 수 없다. 나무를 다루는 일에 톱이 없다면 과연 어떻게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톱은 그 쓰임새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호주에서 데몰리션 소(Demolition Saw)라고 불리는 Reciprocating saw(톱날이 앞뒤로 왕복 운동하는 톱)는 가구나 건물을 해체할 때 사용한다. 이 톱은 톱날만 바꿔 끼우면 금속, 목재, 플라스틱을 가리지 않고 절단할 수 있다.

Circular saw는 둥근 톱날이 회전하면서 목재 등을 절단한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이 원형 톱은 건축 현장에서 제일 많이 쓰인다. 서큘러 소는 재료를 직각으로도 자를 수 있고, 톱날을 조정해 다양한 각도로 절단할 수도 있다.

직소(Jig saw)는 짧은 길이의 톱날이 위아래로 움직인다. 이 톱은 불규칙한 곡선으로 재료를 자를 때 사용한다. 나무 판을 오려내 장식을 만들어 벽이나 가구 등에 붙이고 싶을 때 유용하다.

컴파운드 소(Compound saw)는 자체 받침대와 회전축이 있으며 톱날과 각도 조정이 가능하다. 서큘러 소로 처리하기 어려운 두껍고 넓은 재료를 자를 때 편리하다.

이 밖에도 테이블 위로 톱날이 나와 있어 목재 등을 밀면서 절단할 수 있는 Tablesaw, 톱날이 얇은 강철 띠 형태로 되어 있는 Bandsaw 등이 있다.


위의 전기나 배터리가 동력인 톱이 있기 전에는 손으로 잡고 쓰는 톱을 사용했다. 수동 톱도 종류가 다양하다. 서구에서 Handsaw라고 부르는 톱은 재료가 톱을 주로 밀 때 잘린다. 서양톱은 톱날이 두껍고 기다란 직삼각형 모양으로 생겼다. Pull Saw는 일본에서 유래된 톱을 말하는데 서양의 톱과는 달리 톱날이 얇고 주로 당길 때 목재가 잘린다. 동서양의 톱질 방향이 다른 이유는 일하는 자세와 관계가 있다. 서양에선 주로 서서 일하니 미는 동작이 편했고 동양에선 앉아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당기는 게 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실톱이라고 부르는 Coping saw는 반지를 만들기 위해 은판을 자르는 경우와 같이 세밀하게 재료를 가공할 때 쓴다. Hacksaw는 금속 막대를 자를 때, Keyhole Saw는 그야말로 열쇠 구멍 등을 만들 때 쓴다.

이외에 나는 가지가 굵은 나무를 자를 때는 Chainsaw(체인 소)를 쓴다. 체인 톱날이 자르는 면이 넓어 통나무를 자를 때 편리하다.


지금은 위에서 언급한 톱들을 모두 써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 나는 톱이라면 두 가지밖에 몰랐다. 나무톱과 쇠톱이었다. 우리 집 헛간엔 날이 두껍고 튼튼한 나무 톱이 있었다. 나는 그 톱으로 나무를 잘라 얼음을 지치는 썰매를 만들고, 방패연을 만들기 위해 대나무를 자르고, 산에서 추운 겨울날 아궁이에 불을 지필 나무를 잘랐다. 쇠톱은 너비가 손가락 하나 정도에 길이가 30센티미터 되는 날들이 생쥐 이빨처럼 매우 작은 톱이다. 금속을 자르다 보면 톱날이 쉽게 망가 이것을 바꿔 끼울 수 있는 손잡이가 있다. 이 쇠톱으로는 우산대와 같은 쇠나 동파이프를 자를 때 썼다.


놀부는 흥부가 박을 타서 부자가 된 것을 시샘하여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린 후 치료해 준다. 이듬해 제비는 놀부에게도 박씨를 물어다 줬다. 놀부가 톱으로 박을 타자 금은보화가 아니라 거지, 도둑, 도깨비, 똥오줌 등이 쏟아져 나와 놀부 집이 풍비박산 났다. 놀부에게 겐 톱이 재앙을 불러오는 도구가 되었다. 목수 입장에선 흥부와 놀부의 박 타기를 연장과 도구를 잘 쓴 예와 잘못 쓴 사례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흥부, 놀부의 박 타는 톱질을 확장시켜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는 어떤 행동이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는 첫걸음 일수도, 불행한 삶이 시작되는 첫 시작이다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리고 처음처럼 보이는 그 발걸음이 사실은 오랜 인연이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것도. 한 번의 톱질이 있기까지도 여러 일들이 선행한다. 무슨 일을 할까?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어떤 톱을 써야 할까? 어디를 얼마큼 잘라내야 할까? 하는 고민의 산물이 한 번의 톱질로 이어진다.


톱질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일단 잘라낸 나무를, 한번 열쇠 구멍 낸 문을, 금속 절단용 톱으로 잘라낸 철판을 원상태로 복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재료에 톱질을 할 때는 잘라낼 위치가 그곳이 맞는지 두 번 세 번 확인한다.

그렇게 신중에 신중을 더해 한 톱질의 결과가 흥부처럼 될지 놀부처럼 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인생의 톱질, 참 어렵다.


이전 12화돌확(Stone mor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