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드라이버(Impact Drivers)

삶의 방향, 속도 그리고 힘

by 이승형

호주에선 목수나 핸디맨의 필수품 중 하나가 임팩트 드라이버(Impact driver)이다. 일반 전동 드라이버에 비해 토크(Torque)가 강력해 밀도가 높은 단단한 나무나 금속에 나사를 박을 때 꼭 필요하다. 토크는 단순한 회전속도가 아니라 돌리는 힘이다. 임팩트 드라이버는 돌리는 힘이 강하다. 목수 보조로 현장에 처음 나갔을 때 선배 목수들이 다른 건 몰라도 임팩트 드릴(드라이버 대신 드릴이라고도 한다.)은 꼭 있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 말은 사실이었고 실제로 지금도 나는 거의 매일, 무슨 일이든 할 때마다 이 드릴을 사용하고 있다.

목재와 목재를 결합하거나, 벽에 액자나 거울등을 매달기 위해 나사를 박을 때, 쇠기둥이나 목재를 콘크리트 바닥에 고정시키고 타일에 구멍을 뚫고, 석고 보드를 부착할 때도 임팩트 드라이버를 쓴다.

단단한 재료일수록 경우 회전력은 약하지만 회전속도만 빠른 드릴을 쓰면 문제가 생긴다. 나사는 단단한 물체를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드릴 비트(십자나 일자 드라이버)만 맹렬하게 돌아가니 나사 머리의 십자나 일자 홈이 망가진다. 특히 나사를 조일 때보다 풀 때 그런 일이 생기면 단단히 박힌 나사를 빼내기가 매우 어렵다.

토크는 물론 회전속도 마저 약한 드릴은 가격이 저렴하여 사람들이 쉽게 구입하지만 이 드라이버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현장 노동자들은 대부분 임팩트 드라이버 같은 자신의 기본 공구를 남이 쓰는 걸 싫어한다. 내가 일하는 현장에선 그랬다. 노동자는 누구나 자신만의 연장이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이제 막 일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을 데모도(조공)라고 부른다. 그들에게 상당한 가격의 전동 기구가 있을 리 없으니 자신만의 임팩트 드라이버를 갖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현장일을 배웠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상당한 경력의 목수들은 내가 처음 일을 배울 때 왜 임팩트 드라이버를 써야 하는지, 일반 전동 드라이버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말해주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스스로 그 이유를 찾기를 바랐던 걸까? 알면서도 설명할 방법을 몰랐던 걸까? 그 정도 상식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그들은 알려주었는데 내가 너무 정신이 없어 잊은 걸까? 어떤 경우든 현장에서 일의 유형에 따라 적절한 연장을 선택하고 올바로 사용하는 건 최종적으로 내 책임이다. 생각해 보니 선배 노동자들이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모르면 물어보라'였다. 구체적 일들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작업 현장은 공부하는 학교와 같다. 한국에서 나같이 책상에 앉아 교사의 일방적 강의만 수십 년 듣는 방식으로 공부한 사람들은 일을 배울 때도 누군가는 나를 위해 교육을 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구체적 현실은 내가 모르는 걸 묻고 또 묻고, 시행착오도 자주 겪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방향, 속도, 힘.

세 가지는 임팩트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일 때 필요한 요소이다. 목재와 목재를 연결할 때, 벽에 나사를 박을 때는 표면과 수직으로 박아야 한다. 회전 속도가 너무 느려도 빨라도 안된다. 작업 대상 재료의 강도와 밀도가 높을수록 토크가 높아야 한다. 임팩트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이면 처음엔 천천히 돌다가 방아쇠 스위치를 계속 누르고 있으면 점점 더 빠르게 회전하면서 더 강한 힘이 적용된다. 시종일관 이 전동 드라이버의 스위치를 누른 채 드릴 본체에 힘을 주어 밀어 넣으면 타일 같은 재료는 깨지고, 무른 나무는 나사가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간다. 처음엔 약하게, 어느 정도 나사가 들어가면 강하게, 마무리할 때도 천천히 돌려야 한다. 이처럼 강한 토크를 가진 임팩트 드라이버는 사용할 때 세심한 힘 조절이 필요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방향, 속도, 힘을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나 가끔 어디로 갈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정하지 않고 무작정 맹렬히 돌진할 때가 있다. 방향 설정이 잘못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맹수처럼 달려간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수고를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나 후회, 손해 등이 우리에게 비용 청구서를 내민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빨리 걸어야 할 길이 있고 충분히 느려도 좋은 길이 있다. 길 양옆으로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는데 앞만 보고 빠르게 걷는 순례자는 하루나 이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아름다운 경치를 놓친다. 느리게 걷는 순례 길에서 만날 수 있었던 수많은 인연을 놓친다. 어느 나라든 자동차 핸들만 잡으면 무조건 속도를 올리는 사람이 있다. 자동차 사고의 대부분은 속도위반에서 비롯된다. 5분 빨리 가려다 50년 빨리 간다.

김수영은 스스로 도는 팽이가 되라고 했다. 자신의 힘으로 도는 팽이만이 홀로 서 있을 수 있다. 살아가는 방향과 속도는 적당한데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힘이 없다면 원하는 삶을 유지시킬 수 없어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 나를 괴롭히는 일련의 사태를 제압하고 내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걸 수 있는 강한 힘이 있어야 비로소 자유인이다. 강력한 토크가 있어야 내 인생에 그리고 세상에 강력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다.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