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by cometfactory

며칠 전 다니엘스의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보고 푹 빠져있는 중이다. Son Lux의 Soundtrack을 끼고 산다. 가만, 이 Soundtrack을 재생해 둔 채 1번부터 49번까지 들을 사람 몇이나 있을까. 한국에 한 명 있네요. 영화음악은 앞장서서 듣는 음악이 아니다. 관망한다는 마음으로 시선을 툭 늘어뜨린다.


살면서 너무 의미두지 말라는 말, 목메지 말라는 말 한 두 번은 듣지 않나. 사실 직접 들은 적은 없다. 뭐, 멋진 클리셰다. 지나갈 일이고 멀리 보면 그저 점일 뿐이라는 거. 영화 속 그 베이글 구멍처럼.


Ryuichi Sakamoto: CODA

늦은 밤, 류이치 사카모토의 다큐멘터리 영화 CODA를 봤다. 암 판정을 받고 마지막일지 모르는 힘을 모아 새로운 사이클을 시작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모습이 담겼다. 충만한 생명력으로 알알이 박히는 바흐의 전주곡과 각종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며 마음을 쓸어내리는 순간들이 대비된다. 그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찾아가고 9.11 테러가 일어난 그곳에서 셔터를 눌렀다.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 반대 집회에 나가고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에 휩쓸렸던 피아노 건반을 누른다. 누구보다 '죽음'을 관망하는 사람일까. 그 지점에서 직관인지 상상력인지 모를 생각들이 뻗쳐나갔다.


너무 애쓰지 말라는 말, 그렇다면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어폰 바깥으로 흐르는 마이클 부블레의 음악을 매일같이 들으면 기분이 나아질까. 일상이 달라질까. 창백한 푸른 점 속에서 나까지 창백할 거 없잖은가. 내 인생에서 CODA를 상상하기엔 지금이 제시부인지 발전부인지 알 턱이 없다. '실패 콜렉터'로 살고 있는 요즘, 또 하나의 이름을 붙이자면 '용기 동력가'가 어떨까. 실패와 용기가 그렇게 친할 줄 누가 알았던가. '실패와 성공'보다는 '실패와 용기' 아닌가.

황금 깃털을 남긴 불새처럼 애쓰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 태워버리자. 일단은 그뿐이다.


Michael Bublé <Crazy> with Jon Batiste & Stay Human (Live)

https://www.youtube.com/watch?v=GaOLYQ6K1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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