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의 마력
요즘 '필사'를 한다. 필사라니... 참 정적인 단어다. <하루키처럼>이라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 드넓은 세상을 무대로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이번이 세 번째다. 책이 나왔을 무렵, 사서 읽었고 프로젝트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다시 읽었고 요즘은 '함께' 읽는 중이다. 사실 필사까지 할 마음은 없었는데 참여하시는 분이 아기자기한 예쁜 글씨로 필사를 하신 것을 보고 결심했다.
나도 뭔가를 남겨보자!
첫 필사는 이현승 시인님의 작품이었다. 이현승 시인님의 시 낭독회에 참석해 필사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고 빨간 만년필과 빨간 노트를 선물로 요청했다! 그날, 첫 필사를 하는 순간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면 과장일까.
그리고 지금, 하루키의 문장을 매일 써 내려간다. 꾸준히 하다 보면 뭐든 된다라는 게 클리셰 같지만 해보고 싶었다. 중요한 건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거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남긴 글자를 한 자 한 자 읽어본다. 의미를 새긴다. 하루키를 이해하고 함께 하는 그 사람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기쁨이란.
우리는 엊그제 있었던 개기월식의 순간을 함께 공유했다. 하루키스트들에게 '달'은 아주 중요하다. (두 개의 달을 떠올려보자!) 항성, 행성, 위성은 공전과 자전을 거듭한다.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주기'를 계산하고 규칙을 만들어낸다. 이 순간 'Canon'보다 완벽한 음악이 있을까.
카라얀과 베를린 필의 캐논이다. 생기가 도는 템포가 참 마음에 든다.
'우리는 서로 낯선 이들로서 그냥 스쳐 지나가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각자 갈 길을 갈 뿐입니다. 아마 두 번 다시 마주칠 일도 없겠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땅속에서, 일상생활이라는 단단한 표층을 뚫고 들어간 곳에서, '소설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공통의 이야기를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합니다. 내가 상정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독자입니다. 나는 그런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즐겁게 읽어주기를, 뭔가 느껴주기를 희망하면서 매일매일 소설을 씁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P272
두 마디씩 엇갈리는 캐논은 하나의 선율로 풍성함을 만들어낸다. 하나보다는 둘이 좋고 둘보다는 셋이 좋다.
문학과 음악, 예술에 대한 아름다움을 부지런히 사람 안에서 찾아낼 수 있기를.
Pachelbel, Cannon in D, Berlin Philharmonic, Herbert von Karaj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