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간호사가 아닌 '그냥 간호사'
안녕하세요? 6년차 그냥 간호사입니다.
저는 남자간호사가 아닌 '그냥 간호사'로 불리고 싶어요.
학창 시절 담임선생님이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가족들까지도요.
‘남자애가 무슨 간호사냐’
전 상관없었어요. 제가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었거든요.
제 안의 가능성을 믿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 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은 제 꿈인 간호사가 되어 권역응급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누가 뭐라 하던 여러분의 ‘가능성’을 믿고 ‘두려움’을 무찔렀으면 좋겠어요.
저는 성별이 남자인 간호사입니다.
보통 남자라는 성별을 생각하실 때 이미지상은 ‘힘이 세고, 카리스마 있고, 투박하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아프고 힘없는 환자를 조금이나마 덜 불편하도록 간호하고 정확한 용량의 약물을 FLUID를 mix 하여 수액주입기로 조절하며 때로는 CRRT 5L짜리 무거운 멀티빅을 주의 깊게 교환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 특성에 맞게, 환자 상태에 따라 때로는 과감해지고, 민감해집니다. 동료나 환자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웃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순간부터 지금 까지 수없이 들어온 말.
남자간호사입니다.
조금은 적응될 법도 하지만 아직도 남자간호사라는 말은 ‘편견’이라는 느낌으로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자라서 느리다.’, ‘남자니까 이해해주자.’, ‘아~ 그 남자간호사?’라는 말을 자주 듣고는 합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미생이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안영이’라는 인물이 당하는 차별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근무 중 ‘아가씨’라고 불릴 때가 가장 싫다고 했던 동료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근무 중에 ‘아가씨’라는 소리가 들리면 제가 먼저 환자에게 달려가 “환자분 찾으셨습니까?”라고 말하며 응대를 합니다. 그럴 때면 환자분들은 남자인 제가 와서 많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환자를 무시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환자는 간호사를 찾고 있어 간호사인 제가 응대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동료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 후 근무가 끝나면 동료 선생님들이 장난 섞인 말투로 저를’ 아가씨’라고 부르며 웃으며 환자에게 가기 겁이 좀 났는데 고맙다는 뜻을 표현하곤 합니다. 저도 ‘남자간호사’라고 불릴 때가 가장 싫은데 동료들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러한 말을 듣기 싫어서 저는 일을 할 때 한 번 더 확인하고, 침착하게 환자 처치를 하고, 새로운 것들을 공부를 하며 저의 역량을 키웠고 지금까지 임상에서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성별의 다름은 foley 등 환자의 프라이버시 존중을 위해 처치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남자간호사가 처치를 하면 걱정의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료들 까지도입니다.
그 이유는 느리고, 센스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남자라서 그런 게 아니고 그 간호사 개인의 역량이지 남자라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간호학과 4년 동안 공부를 하고, 1000시간의 실습, 그리고 국가고시까지 똑같은 course를 거쳐 간호사가 되었고 성별이 남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남자 간호사는 2만 1천42명이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중에서 성별이 남자인 간호사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습니다. 임상에서 저를 거울삼아 미래를 그리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근무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작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혹시나 병원에 가게 되어 남자인 간호사를 만나게 된다면 똑같은 간호사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냥 똑같은 간호사로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글을 쓰면서 남자간호사에 관한 연구논문들도 찾아보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관점에서 연구한 논문들이 많았습니다.
이제부터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기보다는 각각의 장점들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다양한 요구와 필요를 충족시켜 환자의 만족과 간호사의 업무도 효율적으로 변하게 할 것입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여 간호사의 길을 걸어간 지 약 10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간호사의 인식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습니다.
간호사, 남자간호사의 인식이 더욱더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미래를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