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익숙함을 떠나보내는 나에게

혼자 있고 싶지만 아직 완전한 혼자가 두려운 나에게

by 탄고



부모님의 품을 떠나 독립을 마음먹은 건 작년 여름이었다.

쌓여왔던 서운함을 풀어가기에 아직 서로가 서로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지 않은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늘 긴장한 채로 예민하게 받아들이던 탓에 혼자 집에 있더라도 부모님이 들어오실 시간이 되면 자꾸만 시계로 시선이 향하고 내 귀와 마음은 현관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 도어록 소리가 들릴 때면 두 분의 대화 소리 심지어는 그들의 감정을 유추할수 있는 한 숨소리까지도 귀 기울이고 있었다.

가장 편하고 아늑해야 할 집에서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한 채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부동산 어플을 설치하고 부동산 관련 카페를 기웃거리며 전세 및 월세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어있는지 살폈다. 뉴스로 남일처럼만 접하던 집 값 문제를 드디어 직면했다.

"생각 이상으로 비싸구나"


매일 밤 잠들기 전 혼자 자취할 나와 집의 모습을 상상했다.

전세냐 월세냐의 고민에서부터 시작해서 조명을 설치할지 캔들워머로 은은하게 분위기를 연출할지 등 여러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현실적인 자취의 단점들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설거지와 청소는 지금도 이미 내 담당이니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는 것도 학창 시절 홀로 유학길에 떠났을 때 경험을 해봤으니 크게 어렵지 않겠다 싶었다. 생각만으로 벌써 정말 오롯이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생기는 것 같아 설렘이 들었다.




"어느 동네로 갈지는 생각해봤어?"

"인터넷 정보는 웬만하면 믿지 마 좋은 집은 직접 발품 뛰어 찾는 거야"

"부동산 10곳은 돌아본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알았지?"


직장 선배들과 친구들의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상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여러 고민이 찾아왔다.

'그래 맞아 어느 동네로 가지? 서울에 있을까? 지금 돈으로는 경기도가 좋겠지?'

'부동산에 가면 어떻게 먼저 대화를 시작해야 하지?'

뭐든 처음은 어렵다. 그리고 분명 미숙할 것이고 실수가 많을 것이며 비효율적인 결과도 내기 마련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시작이 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깨닫고 경험이 되고 다음번에 더 좋은 결과를 내지 않던가.

그래 부동산 계약도 어떻게 처음부터 잘하겠어.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을 무렵 불쑥 이런 생각이 찾아왔다.


'지금 돈으로 차라리 투자를 해서 나중에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건 어떨까? 내가 조금 더 참고 지내지 뭐'

사실은 두려운 마음이었다. 늘 서로 예민하고 참아왔던 관계를 잠시 뒤로하고 떨어져 살기를 그렇게 바라왔고 외쳐왔지만 막상 현실의 문제에 직면하고 실행에 옮기려니 두려운 마음이 들며 지금까지 겪어온 서운함만 좀 더 참으면 된다라는 스스로와의 타협을 시도하고 있었다.

마음이 병들며 이제는 몸도 힘들게 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힘듦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새로 맞이할 첫 시작의 두려움을 마주하고 나니 익숙해져 버린 힘듦을 택하는 나를 발견했다.


모든 시작은 떨림과 두려움으로 찾아온다.

첫 직장, 첫 출근, 첫 발표. 매번 두려웠고 매번 떨려왔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의 동물이지 않나. 머리는 어지간히 강한 결심이 아니고서야 마음에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마음에게 단호함을 표현했다.

'나는 앞으로 행복해지고 싶어. 나와의 관계에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행복하고 싶어. 지금 좀 힘들지 몰라 그러나 나는 이 두려움을 직면하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겠어. 그러니 좀 도와주겠어?'


익숙함을 떠나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는 것은 늘 낯설다.

하지만 내가 나를 정말 아끼고 행복해주기를 바란다면 미래의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어떤 길일까를 고민해보며 그곳에 힘을 더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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