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가 넘도록 회사 사무실의 불 빛은 꺼질 줄을 몰랐다. 당장 다음 주까지가 기한인 프로젝트를 끝내려고 늦은 시간까지 모두의 야근은 이어지고 있었다.
밤 11시가 넘어서니 이제 하나둘씩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와 부장님 그리고 차장님 이렇게 셋만 회사에 남게 되었다. 이제 곧 자정인데 아직 멀었냐는 부장님의 질문에 내일은 일찍 들어가 봐야 해서 오늘 다 마치고 가야 한다고 나는 답했다. 차장님이 궁금하셨는지 내일 무슨 일 있냐고 물으셨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저녁에 좋아하는 축구팀 경기가 있어서 봐야 한다고 답했다. 순간 너무 사소한 이유로 회사 업무를 미리 하는 것은 아닐까 하며 생각이 많아졌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부장님: 부럽다. 그렇게 좋아하는 게 있어서. 나는 집에 일찍 들어가나 늦게 들어가나 그냥 있다가 다시 출근하는데 말이야.
사실 그렇지만도 않았다. 워낙 집에만 있고 좀처럼 밖에 나오지 않을뿐더러 내 나이 또래들이 한참 관심을 가질만한 패션, 운동, 연애 등에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주변 친구들은 네 인생의 재미는 뭐냐는 말을 많이 묻고는 했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게 있고 열정을 보이는 게 있어서 부럽다는 말을 들으니 조금 당황스러우면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축구경기를 볼 때를 제외하고는 늘 생각이 많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출근 전 후로 시간은 아껴서 낭비되는 시간 없이 무언가 항상 해야만 했고 운동과 자기 계발 그리고 따로 공부까지 하지만 불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특별히 누군가를 떠올리며 불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취미나 특기를 살려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이고 다음 이직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저 지금 직장에서 하는 일만으로는 내가 도태될 것만 같은 불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과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다가 어느 때처럼 주말이 찾아왔고, 마치 거실에서 주방으로 넘어가듯 자연스레 이브네 집으로 향했다. 이브네 집 현관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대뜸 질문부터 던졌다. 그냥 질문에 대한 이브의 생각을 바로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 이브, 출근이 8시인데 6시부터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해요. 그리고 퇴근하고 나서는 영어공부를 조금 하다가 책을 읽어요. 일도 하고 있고 저금도 하고 있고 나름 유행인 재테크도 관심을 가지며 하고 있고 운동에 독서까지 하고 있어요. 정말 하루 24시간을 꽉 채워 살아가고 있는데 왜 계속 전 그럼에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고 불안한 걸까요?
이브: 정말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으려고 물어본 게냐?
나: 네
이브: 예전에도 얘기했던 내용이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말이다.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계속해서 집착을 하는 것 같더구나. 그럼 이번엔 내가 물어보고 싶구나 리틀 퍼커. 우리 사람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이냐?
나: 돈이나 음식이 아닐까요?
이브: 내가 네 나이 때는 하루 24시간 내내 배가 고파서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서는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시간이더구나. 만약 리틀 퍼커 네가 500살까지 산다면 그렇게 20-30대에 몰아서 공부하고 일을 하겠니?
나: 좀 더 여유롭겠죠.
이브: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500살이 아닌 고작해야 100살을 사는 인생이잖니. 이 제한된 100년의 인생 중 하루라도 더 여유롭게 오롯이 네 시간을 보내려면 젊을 때 열심히 해둬야 한다고 생각해서겠지. 그런데 말이다 리틀 퍼커. 네게 전에도 얘기했지만 내일의 행복을 오늘 미리 느낄 수는 없단다. 행복은 지금 느끼는 감정이지. 그러니 계획과 대비는 해두되 지금의 행복에 집중하면 좋겠구나. 나는 오늘 아침 일어나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단다. 그런데 땅콩버터가 분명 있었던 거 같았는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땅콩버터가 없더구나 참 안타깝게도 말이지.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나: 음 사실 이 타이밍에 땅콩버터가 왜 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땅콩버터를 사러 나갔나요?
이브: 그렇지. 땅콩버터가 정말 먹고 싶었다면 사러 나갔을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나는 집에 있는 사과잼을 대신 발라 먹었단다. 내가 만약 땅콩버터가 없다는 것에만 집착해서 아쉬워했다면 오늘 아침의 기분이 참 안 좋았을 거야. 그런데 없으니 어쩔 수 없지 하고 넘기고서는 사과잼에 만족하고 맛있게 먹었단다. 인생사에서 하루라도 일찍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그건 집착일 게다. 어쩔 수 없는 것과 안될 것에 자꾸 매달리며 감정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다른 곳에서 네 지금의 행복을 찾으면 그걸로 된 게다.
나: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아요. 이브는 계속 말했죠. 자꾸만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있지 말고 지금의 삶을 살라고. 그리고 지금을 살면서 지금 행복한 것을 느끼라고.
이브: 내가 느끼기엔 리틀 퍼커 네 불안은 내 땅콩버터와 같다고 생각했단다.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을 자꾸 생각하며 그게 있었으면, 하는 집착과 고집은 내려놓고 있는 것으로 지금의 행복을 찾으면 좋겠다. 네 그 노력도 결국 꼭 그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없지만 결국 나중에 후회할까 봐 그 상황이 두려운 것이 아니냐?
나: 맞아요. 뚜렷한 목표나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없지만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아서에요. 너도나도 다들 열심히 살고 인터넷만 봐도 다들 재테크도 잘하고 미래 계획을 잘 꾸려가니까요. 저도 뒤쳐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과 걱정이 드는 거죠.
이브: 그렇구나. 뒤쳐지면 어떻게 되는 게냐?
나: 스스로가 못마땅하고 인정이 안될 거 같아요. 자책도 심할 거고요. 남들 저렇게 살 동안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게 살았을까? 왜 더 노력하지 못했을까? 하면서 말이에요.
이브: 리틀 퍼커 그럼 너는 게을렀니?
나: 그건 아니에요.
이브: 그리고 설령 정말 게을렀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이는구나. 지금이야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걱정되고 불안하겠다만 그 시간이 정말 흘렀을 때 불안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안고서 많은 부를 이루었다고 한들 그때 가서는 그 돈으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지금의 행복을 챙겨주지 못한 네가 그때 가서 행복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단다. 그리고 그때까지 걱정하고 속앓이 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니? 결국 인생은 내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란다. 그러니 네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기 위해서라도 허황된 것에 의미를 두며 집착하지 말고 매 순간순간 찾아오는 지금의 행복을 볼 수 있는 리틀 퍼커 네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