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삶에 정답이 있을 수 있을까요?

by 탄고

여행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저 여행을 떠나는 그 순간만 즐거울 뿐 결국 남는 것도 없이 순간뿐인 즐거움을 위해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쓰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집을 워낙 좋아하고 좀처럼 집에서 멀리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 일을 하며 바쁜 삶을 보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 환기를 하고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여행 가고 싶다,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 즉시 이브에게 연락해 여행 날짜를 잡았다. 이제 슬슬 여름철도 다가오겠다. 회사에는 일주일 휴가를 냈다. 여행 갈 장소는 딱히 정하지 않았다. 일단은 멀리멀리 떠나 발길이 닿는 곳에 머물러보자,라고 이브와 계획했다. 무계획 속의 계획이었다.


그렇게 이브의 차를 타고 여행길을 떠났다. 짐은 최소한만 챙겨 왔다. 여행 전까지 입을 굳게 다문채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던 이브가 질문을 던져왔다.


이브: 어쩌다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냐? 멀리 가는 거라면 딱 질색이던 네가 말이다.


: 그러게요 이브. 사람은 다 변하나 봐요. 바쁘게 살면서 늘 가던 곳만 가고 보던 것만 보다 보니 그냥 조금 멀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브: 너를 지금 제일 힘들게 하는 건 사람이냐 일이냐


: 정확히 꼬집었네요. 저는 늘 사람이었어요. 아무리 야근을 해도 제대로 잠도 못 자는 출장을 나가도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아 힘들다,라고 생각될 때는 늘 사람과 관련된 거였어요.


이브: 그랬구나. 일이 힘들면 버텨도 사람이 힘들면 결국 나간다고들 하잖니


: 친구들을 만나면 친구에게 쟤는 왜 저렇게 생각하고 왜 저렇게 말하지 하는 생각이 들고, 일을 하면 일하는 동료에게 왜 이렇게 했을까? 왜 말을 저렇게 밖에 못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만나는 관계마다 이러니까 이제 문제가 사실 내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브: 주로 그들에게 드는 마음은 어떤 마음이니?


: 못마땅함, 불만, 서운함 등이 있어요.


이브: 그래도 어떤 마음이 드는지 스스로가 일단은 알고 있다니 참 다행이구나. 보면 분명 내 마음은 뭔가를 느끼고 있는데 이게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잖니?


: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에게도 불만이 있어요. 참 서운할 것도 많다! 뭐 이렇게 못마땅한 게 많아? 하는 생각인 거죠. 한 번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좀처럼 그런 감정이 제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으니까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이런 점이 나는 불만이고 이런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고 말이죠. 그런데 오히려 너 참 예민하다. 왜 그런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 자꾸 보느냐, 라는 대답으로 돌아왔어요.


이브: 그러면 리틀 퍼커 너는 그들의 말처럼 결국 예민하고 부정적인 것에만 초점을 둔 네 잘못이라는 점을 순순히 인정하는 게냐?


: 그들 앞에선 그렇구나, 하고 대답했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어요. 제가 이런 마음이 드는 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제가 이렇게 느끼는 데 있어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제가 이렇게 느끼고 이런 생각이 드는데 어쩌겠어요.


이브: 이제 네 마음의 편을 조금씩 들어주게 되었구나.


: 이브는 저와 이렇게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는데 저라는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브: 글쎄다. 사실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렸다고 해도 그 사람 앞에서는 가급적 그렇게 말은 하지 않는단다. 내가 너를 잘 안다, 라는 말이 사실 듣는 사람은 못마땅할 수 있거든. 네가 뭔데 날 알아? 내가 보여준 모습이 진짜인지 그런 척인지 네가 어떻게 아느냔 말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 그렇죠. 그런데 이브는 사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속으로는 알고 있는 것이죠?


이브: 그 질문에 대답은 노란다. 아무리 연륜이 쌓이고 경험이 있어도 결국 사람은 참 복잡하고 어려운 존재란다 리틀 퍼커. 그리고 심지어 그 사람을 알았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사람은 변하게 되니까 말이야


: 역시 그렇군요.


이브: 다만 그 사람을 이해해볼 수 있는 방법은 얻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 어떻게 말인가요?


이브: 흔히들 가치관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말이다. 그 사람이 믿어온 것, 최선을 다해 행하고 있는 것, 이루어 온 것들과 같이 지난 세월 동안 최선을 다해 지켜온 것들을 통해 말이다. 스스로도 그것을 삶의 정답과 같이 여기고 지키면서 타인에게도 그것을 지켜주기 바라는 마음이 우리 모두에겐 있거든.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경제적 힘듦과 궁핍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돈을 통해 나와 가족을 지킬 수 있다, 라는 믿음으로 이것을 이루기 위해 살아오다 보면 타인에게도 얼른 직장을 얻고 가족을 지키며 경제적인 안정을 추구하라,라고 조언을 하겠지. 네게 쓴소리를 하며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직장 상사는 스스로가 그런 경험을 함으로써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일을 해오고 지내왔기에 그것이 곧 정답이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습득했던 거겠지.


: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결국 살아남기 위한 본능과도 같은 거군요. 그 상황에서 나 혹은 내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서 믿고 지켜왔어야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의 가치관이 되고 타인에게도 그것을 정답처럼 제시한다는 말인 거죠?


이브: 그렇지. 그래서 서로가 주는 조언과 경험들이 좋은 도움은 될 수 있어도 우리 삶의 정답은 될 수 없는 것이란다. 그건 그들의 삶 속 살아남는 방법이었지 리틀 퍼커 네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 있을 테니 말이야.


: 저도 방금 이브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믿고 지켜온 것들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보았어요. 이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배려였던 거 같아요. 제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믿고 있으면서 열심히 지금도 행하고 있고 제가 타인에게도 바라는 태도 말이에요. 늘 힘들고 아프면서 바빴던 부모님의 마음과 감정을 들어주며 그렇게 배려해주고 들어줌으로써 주변 사람의 힘듦을 내가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었다고 믿어왔어요. 그러다 보니 나도 중요하지만 늘 나만큼 타인도 중요했고요.


이브: 그래 그게 리틀 퍼커 네 가치관일 수 있겠구나. 이걸 이해했다 한들 미운 사람이 한순간에 좋아지거나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싫어하지 않게 되는 건 아니란다. 그래도 최소한 이해는 해볼 수 있겠지. 왜 저렇게 말을 해야 할까? 왜 내게 이런 태도를 강조하는 것일까?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건 그들 삶 속 그들이 믿는 정답이었다는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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