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과 외로움이 찾아오는 이유

힘듦은 공허함을 남겨두고 사라진다.

by 탄고

지난 수년간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고 이겨내 가며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었습니다. 도무지 내 힘듦을 이해하고 공감해줄 마음이 없는 부모님을 설득해가며 애걸복걸하던 시간들,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쌓여가는 직장 생활 그리고 가까워지는 것도 올바르게 끊어내는 것도 어려웠던 대인관계들. 살면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것들로부터 고군분투하다 보니 나는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 걸까, 라는 의문을 갖고 살아가던 지난 시간들이었습니다.


친구와 연인과는 마음을 터놓고 기대거나 기대게 해 주는 것이 어색해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애매한 관계로 유지되어왔기에 오히려 적당히 일적으로 대화하고 장난치는 직장에서의 관계가 조금 더 편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삶 속에 크고 작은 공허함들이 찾아왔습니다. 먼저는 지루함이라는 감정으로 찾아왔습니다. 요즘 남들은 어떤 재미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라는 질문과 함께 친구를 만나도 여가생활을 해도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과 공허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이 지루함은 외로움이 되어갔습니다. 친구들과 놀면서 채워지지 않는 마음인 것을 깨닫고 마음 붙일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재미난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힘듦을 나누는 그러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워낙에 관계에 서툴었기에 누군가가 있다 하더라도 이 외로움이 해결책이 될 수 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공허함과 외로움은 내가 올바르게 가고 있기 때문에 찾아온 청신호입니다. 만약 내가 오랫동안 무언가로부터 힘들어하고 마음고생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공허하고 허전한 마음이 찾아왔다면 그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에 소모하고 있던 에너지를 이제는 멈추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놓아주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렇기에 오랜 힘듦들이 차지했던 자리에 빈 공간이 남아있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면 변화의 증거인 셈입니다. 부모님, 관계, 회사 등 여러 힘듦으로 고생했던 내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변화하고 그것들을 흘려보냈기에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무언가 가득했던 공간이 비어있게 되면 허전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상처가 난 자리에 새 살이 차오르듯, 예전의 나에서 한 걸음 나아가 찾아온 공허함과 허전함이 있다면 나에게 살이 되어줄 수 있는 것으로 채워주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내가 잘하고 싶은 것으로 채워주면 좋습니다. 그것들로 채워 넣을 때 내게 자신감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면 좋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노래가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림, 글쓰기, 운동 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들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또 다른 힘듦을 이기고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자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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