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잘 꾸려가지 못하는 이유

거듭 반복되는 나의 익숙한 태도

by 탄고

지난 수년간 만나온 이성관계는 늘 비슷한 패턴의 연속이었습니다. 사귀기 전부터 연애 초반까지는 상대방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상대방은 어떤 마음인지 먼저 알아차려서 챙겨주었습니다. 제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제 마음에 대해서는 공유하지 않고 늘 상대방을 먼저 우선시해주고 상대방만을 챙겨주다 보니 어느순간 상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혼자 지쳐버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많은 감정이 오고 가는 연애에서 이 감정을 주고받는 행위가 버겁고 어려워 제풀에 지쳐버리고 맙니다.


흔히들 남자에게 있어 처음 만나는 이성친구는 어머니이고, 여자에게는 아버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릴 적부터 건강이 좋지 않은 채 바쁜 직장 생활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혹여나 어머니가 어떻게 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어머니의 감정을 먼저 알아차려주고 챙기려고 했던 어린아이 때의 감정 그대로를 연애까지 가져온 것입니다. 이것이 상대를 대하는 익숙한 태도이자 습관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자기보다 상대를 먼저 챙기고 항상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애쓰는 사람에게는 크나큰 애로사항이 한 가지 따르게 됩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설령 자신이 지금 느끼는 마음이 어떤지 안다한들 이것이 상대방에 귀에 어떻게 들릴지 내가 이것을 표현해도 되는지 등 생각이 많아지며 망설여지게 됩니다. 그렇게 내 마음은 내 안에 쌓여만간채 쌍방의 소통이 되지 못하고 버겁고 지친 마음에 금방 지쳐버리는 만남이 되고 맙니다. 서로 답답함과 상처로 끝나는 연애가 되어 버리게 됩니다.




어느 때처럼 좋아하는 이성이 생겨 많이 들어주고 챙겨주며 내게 편하게 기댈 수 있게 노력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보통 이 정도 노력을 기울였으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편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지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상대방은 마음을 열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 도망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친구 또한 부모님과의 지난 힘듦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것이 어려웠던 친구였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를 알지 못하고 제가 노력했던 배려들과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베풀었던 챙김들이 거절당하는 것 같아 큰 상처를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이는 집착이 되어갔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애써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려고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온갖 노력을 다하듯 제 자신을 바라봐주고 한번 믿어달라고 노력하는 스스로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상대방 역시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견고한 방어기제로 인해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이로 인해 힘들어하던 저에게 오랜 친구가 다가와 이러한 조언을 건네주었습니다.


네가 상대방에게 무언가 요구를 하게 되면 상대방이 불쾌해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오래가는 관계를 보면 내가 주는 만큼 나도 상대방에게 받는 관계인 것 같아. 네가 많이 배려하고 챙겨주는 만큼 너 또한 많이 배려받고 챙김 받는 관계를 꾸려나갔으면 좋겠어. 내가 애쓰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이 많이 가는 관계가 있어. 내가 챙겨주고 배려해주는 그것을 상대방도 감사해하고 덩달아 같이 챙겨주고 애써주는 관계야. 혹여나 또 다시 이번처럼 이성을 대할 때 항상 일관된 태도로 베풀고 챙겨주다가 제풀에 지쳐 포기해버리고 만다면 먼저는 너의 어머니 혹은 너의 아버지와는 어떤 관계 였는가를 먼저 돌아보면 좋겠어. 그들을 대해오던 태도를 지금 이 관계에서도 그대로 가져와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야. 그리고 네가 배려하고 챙겨주려하는 그 섬세함을 스스로에게도 한번 베풀어, 네가 받고자 하는 마음과 채우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가를 알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서로가 받고 싶은 마음을 하나씩 공유하며 나눠 갖는 그러한 관계가 되면 좋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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