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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가 Oct 23. 2022

공감해주고 조언해주는 마음

주변 사람에게 고민이 있을 때면 발 벗고 나서서 자신의 고민인 것처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해결책까지 제시해주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냥 상대방의 고민을 들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해서 상대방이 부담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을 수 있도록 잘 유도해주기도 합니다. 이때 상대방이 하는 말을 하나의 단서처럼 잘 마음에 담아두며 어느 말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경청하고 있습니다. 


며칠 뒤 상대방에게 그때 그 고민은 잘 해결되었는지, 지금 마음은 어떤지 다시 물어봐줍니다. 상대방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함께 공감해주니 크게 고마워합니다. 


이렇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게 된 것은 타인을 아끼는 마음, 타인의 마음에 잘 공감하는 마음, 따뜻한 마음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 한 이유도 있습니다. 


타인의 고민을 헌신하는 마음으로 곁에 함께해주며 들어주었던 태도와는 달리 이 여자는 오히려 집에서는 가족과 그리 가깝지 않았습니다. 가족과 여자 사이에는 명확한 선과 경계가 있었고 대화도 교류도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분명 여자도 부모님의 마음을 잘 헤아려드리며 먼저 필요한 것을 챙겨드리고 늘 져드리며 걱정 끼치지 않는 좋은 딸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가족들은 여자에게 기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마치 아내처럼, 어머니는 남편처럼 딸을 생각하며 힘든 게 있어도 이해해주기를 기대했고 자신에게 헌신해주기를 바랐고 마치 하나의 몸처럼 한쌍의 부부처럼 많은 것을 함께하고 이해해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럴수록 여자는 그 마음과 태도가 버거워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차갑게 돌변해버린 것 같아 부모님이 많이 속상해하셨지만 여자는 이렇게라도 떨어져야 했습니다. 그렇게 가족 안에서 집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지워갔습니다. 


그렇기에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들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다가감으로써 자신의 가치와 존재감을 스스로에게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느낄 수 있도록 나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자는 얼마 뒤 알아차립니다. 타인이 자신을 통해 도움을 얻고 뿌듯해하며 다시 그 마음이 회복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고 했다는 것을. 그러나 이러한 태도가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만큼 어느 한 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분명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느꼈기에 다른 곳에서라도 채우고 충족시키고 마음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런 이유로 이런 태도를 취했고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스스로 나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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