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화해하고 있나요
남자가 상담소를 찾았습니다. 매일 만나는 친구들도 있고 자신의 마음을 잘 공감해주는 여자 친구도 있지만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외로움과 쓸쓸함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서였습니다.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면
잠시나마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다시 혼자가 되면 그 외로움이 너무 크게 다가왔습니다.
- 그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혹시 조금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화가 날 때 화를 잘 내시나요?
상담사가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 아뇨. 그냥 혼자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 요즘 외롭고 공허한 마음이 들어서 혼자있기를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대체적으로 그런 분들을 보면 참 착해요. 화를 잘 내지 못하죠. 사람은 사람과 화를 내고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결속력이
생기고 그렇게 정이 들어요. 흔히들 결이 맞다, 라는 표현을 많이 쓰시죠? 저는 잘 싸우고 잘 화해가 되는
관계를 가리켜 결이 맞다고 표현을 해요.
웃고 떠드는 건 누구와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싸우더라도 잘 화해하는 건 아무랑 할 수는 없어요. 결이
맞아야겠죠. 잘 화해하지 못하는데는 아마 여러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어릴 적 화를 내고 싸웠지만 잘 화해해본 경험이 부족하다거나, 부모님과 다투었을 때 부모님이 먼저 미안해 라며 손을 내밀어준 적이 거의 없다거나, 혹은 부모님으로부터 버거운 감정을 많이 받다 보니 그 감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타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주고 싶지 않은 착한 마음에서 일 수도 있고요. 안 좋은 감정은 나 혼자 감당하는 것으로도 충분해, 라는 태도일 수도 있겠죠.
- 맞아요. 부모님에게는 그게 불만이었어요. 제가 이게 힘들었어, 이게 나한테는 어려운 거야라고 이야기해도 그걸 이해해주지 않으셨어요. 그거 어려워하면 어쩌려고 그래? 엄마는 지금 더 힘들어, 라며 본인의 이야기를 저에게 어필하기 바쁘셨죠. 그래서 타인의 감정이 저에게는 너무 버거워요. 화를 내지도 못하지만 화를 내러 온 상대방을 피하기도 해요. 화를 내러 온 상대방은 물론이고 저한테 서운하고 토라진 상대방도 저에겐 버거워요.
-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이 희로애락의 감정이 모두 찾아오게 되어있어요. 그 희로애락을 서로 잘 마주할 줄 알아야 가깝다고 느껴지게 되는거죠. 그러니 사람과 사람 간에 너무 좋은 감정만 교류해야 한다고 단정 짓지는 말아요. 힘든 감정을 준다고 미안해하거나 버거워하지도 말아요. 그 과정은 꼭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 가까워질 수도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