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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로기 Apr 21. 2022

CHRISTIAN DIOR

(part.2)

디올의 현 주소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컬렉션의 이야기는 카트린 디올이 사랑했던 정원에서 시작됩니다. 크리스찬 디올의 여동생이자 디올 가문의 정원사였던 그녀는 꽃과 식물 사랑이 남달랐죠.

꽃이 만개한 정원 앞에서 찍은 카트린 디올의 사진은 쇼를 완성하는 중요한 모티프가 됐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그녀의 정원을 재현하기 위해 예술가와 조경사, 정원사, 식물학자로 구성된 콜로코(Coloco) 아틀리에와 손잡고 파리 불로뉴 숲에 있는 롱샴 경마장을 160그루가 넘는 나무로 조성한 매혹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평소 페미니즘 운동에 앞장서는 등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그녀가 이번에는 지속가능한 패션과 환경 보호에 앞장선 것이다.


그저 환상을 전달하는 쇼가 아닌,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로 연결되길 바라요. 이번 쇼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자연의 미래와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짙은 녹음이 생동감을 더한 무대에는 말끔하게 재단된 블루 셔츠에 스트라이프 오버올 쇼츠의 오프닝 룩을 시작으로 우아한 디올의 정원사들이 줄지어 나왔다. 1949년 봄/여름 오트 쿠튀르에서 처음 선보였던 미스 디올 드레스는 동시대 터치를 통해 한층 세련된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시폰 드레스와 윈도페인 체크 수트 등 컬렉션을 구성하는 의상 전체에 수놓인 꽃들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한 편의 다채로운 식물도감을 보는 기분을 선사했다. 이 외에도 수공예 기법으로 완성한 타이다이 룩과 라피아 프린지 드레스, 오프숄더 스타일로 재해석한 바 재킷도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스테판 존스가 디자인한 라피아 햇과 말린 꽃에서 영감을 얻은 골드 주얼리, 레이스업 부츠 등의 액세서리가 더해져 보다 완벽한 정원사의 실루엣이 완성됐다.

한편 #Plantingforthefuture 해시태그까지 만들어 디올과의 시사적 협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콜로코 아틀리에는 쇼가 끝난 후 무대에 있던 식물을 다시 파리 곳곳에 옮겨 심으며 도시림 조성 프로젝트에 힘을 실었다. 이제 지속가능한 패션은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트렌드가 아닌, 우리 일상에 하나의 문화로 깊숙이 자리 잡았다.



DIOR 그리고 WOMAN

디올 우먼이란 어느 한 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반면 프레타포르테라고 불리는 기성복을 디자인할 때면 ‘디올 우먼’의 애티튜드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 디올은 ‘디올 코드’를 만들어가야 하지만 어느 여성이 이 코드를 그녀의 스타일에 접목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했다.

디올 데뷔 쇼부터 여성의 자유와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당신을 존경한다. 앞으로 패션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가?

그 부분에 대해 우선 디올의 지원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나는 여성 아티스트나 포토그래퍼가 나와 작업함으로써 서로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한다. 오늘날 여성은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는 데 주저하며, 그런 모습을 페미닌하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할 자격이 있으며, 이것은 괜찮을 뿐 아니라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우리의 목소리에 제한을 가하는 그 모든 힘에 저항하자. 어떤 말을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예의 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거나,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면 여성스럽지 않다고 하는 그 오랜 힘 말이다. 여성성이란 대단히 복합적인 것이다. 우리는 아이를 가지면 직업과 가정 둘 다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직업에 치중하다 보면 스스로 나쁜 엄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여성끼리 소통하여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그리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디올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디올은 다소 정형화된 이미지의 여성성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성성은 하나가 아닌 여러 측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직업적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이를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 다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같은 기회를 달라는 것뿐이다. 나에게는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다나는 그저 그들이 학업이나 직업을 갖는 것자신의 재능을 펼치는 것에 동등한 기회를 얻길 바란다남자들은 페미니스트를 화가 난 여자라고 생각한다며 마리아는  그저 미래 세대를 걱정할 뿐이러고 전했다.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라며... 페미니스트의 진정한 접근성은 인류를 위하는 보편성에 있고물론 패션을 통해 그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다는 메세지와 신념이 디올의 현재에 잘 나타나있는 것 같다.


나는 특히 사람들에게 패션을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인류 유산의 한 부분을 나타낸다는 점을 꼭 전하고 싶었다. 현재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옷을 그저 심미안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사람의 몸과 옷의 기능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점 말이다. 그리고 패션이 디자인의 한 분야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은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예전의 코르셋은 건강에 좋지 않고 불편했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은 사람의 몸과 옷의 기능성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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