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지 Sep 13. 2022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

졸업 앨범 - 선생님의 마지막 한마디


 첫 발령 때부터 주로 6학년 담임을 맡아왔다. 올해로 벌써 여섯 번째 가을이다. 이렇게 날씨가 시원해지고 슬슬 졸업 앨범을 만들 때가 되면 '담임선생님의 한마디'를 적어서 보내야 하는 때가 온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아쉽고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데 한 마디만 쓰라니! 잔인한 이 상황에 대체 어떤 말을 골라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매년 똑같이 이 말을 적었다.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멋지고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덕목너무 많다. 그래서 너희에게 꼭 하고 싶은 잔소리와 덕담들은 추리고 추려도 거짓말 안 보태고 3일 내리 쉬지 않고 해도 시간이 모자랄 거다.


부디, 부디 얘들아.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렴.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다름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

목표를 세우고 늘 나아가는 사람,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

역사를 잊지 않고, 책 많이 읽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기르고... 


 꼭 지켰으면 하는 약속들 수백 개는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오직 딱!! 한마디만 남길 수 있다면, 역시 나는 그냥 네가 사랑이 가득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사랑은 주는 것도 어렵지만 받을 줄 아는 것은 더욱 쉽지 않으니까. 네가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 너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많이 많이 만나고, 네가 너 자신을 아끼고 챙겨주는 순간들을 자주 경험해서, 사랑스러운 마음을 받았을 때 뒤틀림이나 꼬임 없이 오롯이 그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넘치게 받은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흘러주변 사람에게도 그 마음이 퍼져나가는 그런 삶을 살기를.


작가의 이전글 보름달 숙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