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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정 May 10. 2022

[북&무비] - 감정에 대하여

《인사이드 아웃》 & 『아몬드』

[북&무비]

사람들은 누구나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산다. 때로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할 감정도 있고,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감정도 있다. 심리학자 폴 에커먼에 의하면 인간의 감정은 기쁨, 슬픔, 화, 공포, 놀람, 혐오로 나뉜다고 한다. 그러한 감정들을 의인화한 영화가 바로 《인사이드 아웃》(픽사Inside out/2015년작/애니메이션/미국/102분/감독 피트닥터)이다. 모든 사람들의 머리에는 감정컨트롤 본부가 있고, 그곳에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가 있는데, 이들이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사람의 감정이 생성되고, 통제되며 표현된다는 것이다. 영화는 어린 시절 라일리의 감정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잘 그려가다가 아빠의 사업 실패로 낯선 도시의 낡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 혼란스러운 감정에서 스토리는 흥미진진해진다. 라일리의 변화를 감지한 감정컨트롤 본부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라일리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본부에서 주동 역할을 하는 기쁨이는 라일리의 감정이 기쁨으로 가득 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슬픈 기억도 핵심기억이라고 주장하는 슬픔이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만 라일리의 핵심기억을 보관함에서 떨어뜨리는 사고를 내고 만다. 게다가 사고를 수습하려던 기쁨이와 슬픔이가 동시에 파이프에 빨려들어 이제 감정컨트롤 본부에는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만 남게 된다. 입을 굳게 닫고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라일리, 고작 드러내는 감정이라는 게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설정은 사춘기 라일리의 감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완벽해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산다. 그러나 누구나 가진 이러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아몬드』(손원평/창비/2017)의 주인공 ‘선윤재’는 알렉시티미아, 즉 선천적으로 편도체의 크기가 작게 태어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다. 윤재의 머리에 감정컨트롤 본부가 있다면,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는 존재하지 않거나 근무태만인 셈이다. 따라서 윤재의 감정은 생성되지도, 통제되지도, 표현되지도 않는다. 엄마의 열렬한 지지와 지도 덕분에 상황에 맞는 감정을 ‘외워서’ 표현할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이 상황에 맞게 외워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작품 곳곳에서 발현된다.   

인간은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 두 개를 가지고 산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그 자극의 성질에 따라 좋고 싫은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편도체가 작게 태어난 윤재는 감정, 특히 공포를 느낄 수 없다. 공포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생명 유지의 본능적인 방어기제”가 없다는 말과 같다. 말하자면, 죽는 게 두렵다는 걸 모른다는 것은 죽음이 눈앞에 다가와도 피하거나 막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윤재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라일리의 감정컨트롤 본부에서는 기쁨이와 슬픔이의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극적인 화합을 통해 모든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한층 성숙된 라일리의 ‘성격 섬’이 완성되었고, 죽음의 문턱을 오갔던 윤재는 진정한 친구의 눈물방울을 느끼면서 비로소 평범한 인간으로 완성된다.   



그것의 이름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외로움인지 아픔인지, 아니면 두려움이었는지 환희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나는 무언가를 느꼈을 뿐이다.……
비로소 나는 인간이 되었다.
(『아몬드』, 248쪽)     


사람들은 누구나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산다. 어쩌면 사람들의 감정컨트롤 본부에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외에도 더욱 다양한 감정들이 ‘열일’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인사이드 아웃》이 그러한 감정들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성숙한 인간으로 가는 과정임을 말하고자 한다면,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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