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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정 May 22. 2022

[북&무비] - 고통과 계급 없는 사회를 꿈꾸다

《아일랜드》vs『멋진 신세계』

  알약 하나로 노화는 물론 감정이나 통증까지 조절되는 세계가 있다. 인간은 고통스러운 일은 할 필요가 없다. 오직 쾌락만 있을 뿐이다. 인간과 인간의 사랑으로 탄생되던 2세는 인공 배양으로 인간의 고통과 노고 없이 ‘만들어’ 진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이들은 계급이 정해진다. 계급에 따라 인생의 역할도 달라지겠지만 탄생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수정되던 그 순간부터 프로그램화된 인간은 그 누구라도 자신들의 세계를 『멋진 신세계』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염된 지구는 결국 종말 되고 운 좋게 살아남은 인간들이 있다. 이들은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으로 뽑혀 갈 날을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겉과 속을 불문하고 최첨단 ‘관리’를 받는 VVIP 인간들이다. 자신들이 스폰서(인간)를 위해 장기와 신체부위를 제공할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이들은 《아일랜드》를 유일한 유토피아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 발표한 『멋진 신세계』는 어찌 보면 정말 멋진 신세계일 수 있다. 고통도 없고, 갈등도 없으며, 따라서 걱정이 있을 수도 없는 이 세계는 헉슬리가 상상한 600년 후의 미래다. 어차피 태어날 때 지능이 결정되고, 결정된 지능에 맞는 신분과 직업이 부여되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집착이나 노력 따위는 필요가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경쟁을 시작하며 성공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 비한다면 정말 멋진 신세계가 아닐 수 없다. 오직 욕망과 쾌락에 집중된 그 미래는, 그러나 그것이 프로그램화된 성공이며 환각제로 인한 행복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인간의 몸을 통해 태어난 ‘야만인’ 존이 ‘야만 사회’에서 터득한 도덕관념과 종교 관념으로 바라본 멋진 신세계는 환각의 세계이자 미친 세계라 할 수 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2005년 작품인 《아일랜드》는 우선 복제인간의 비과학적 설정으로 인한 논란이 많았던 영화이다. ‘영화는 영화’라고 감안하고 보기에도 상식적인 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복제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는 시간적 배경을 21세기 중반 정도로 잡고 있는데, 여기에서 그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감독이 미래를 너무 ‘가깝게’ 잡고 있어서 동시에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간들의 과학적 지식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고,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 또한 많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이 인간을 복제해서 그 장기를 제공받는다는 사실은 결국 돈 많은 인간의 ‘멋진 신세계’를 그린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복제, 특히 인간 복제에 대한 윤리적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인간들에게 주는 많은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결국 『멋진 신세계』든 《아일랜드》든 유토피아라고 상상하는 세계는 인간의 고통이 없고, 계급이 없는 사회이다. 한편으로는 평온하고 평등한 세계라고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무미건조한 세계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지금 이 순간이 힘들고 고통스럽고,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하더라도 행복은 불행이 있음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것이며 성공은 실패가 있음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두 작품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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