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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Go! 16화

Go! Ep.16

by 김대리

“개소리도 정성껏 하네. 킄.”

타이밍이 좀 어긋났고, 목소리도 좀 떨렸다.

그걸 유민이 놓칠 리가 없었다.
녀석은 눈을 반짝이며 나를 툭 찔렀다.

“진짜네?”

“뭐가 진짜야. 아니라고.”
“그래~ 알겠어~ 그럼 오늘 우리 셋이 하교 같이 한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겠네~?”

“셋이?”
“응~ 나랑 나현이랑 다혜랑. 오늘 네 얘기 좀 하면서. 꺄르륵!!”
“하지 마.”
“왜? 아무 감정 없다며? 허허”
“아 존나 하지 말라고.”

내가 지랄할수록 둘은 더 끈질겼고
헤헤 실실 웃는 얼굴에 죽빵이 마려웠다.

유민은 말없이 나를 쳐다보다가
툭 한마디 던졌다.

“근데 걔, 임자 있잖아?”

그 말에 다시 숨이 멎는 느낌이었다.
내 찰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유민은 이어 눈이 동그래졌다가
이내 다시 휘었다.
"이 새끼 진짜네??"
초코우유를 쪽 빨더니, 벌떡 일어났다.

“주말에 우리 집 오든지!!”
“허허.”

나현도 따라 일어났다.
둘은 사라지면서 계속 뭐라 속닥였고,
나는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초코빵도, 흰 우유도,
아무 맛도 안 났다.


금요일 오후.
일주일 내내 시소처럼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유민이랑 나현이는 틈만 나면
말은 안 했지만, 허허실실 웃어댔고,
나는 웃는 척, 넘기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론 하루에 대여섯 번씩 머리채를 잡고 싶었다.

다혜는
그 와중에도 나한텐 여전히 친절했다.
웃었고, 말 걸었고,
가끔은 이상해진 내가 귀엽다며
내 볼을 쿡 찌르기도 했다.

그게 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주말 아침,
유민에게 문자가 왔다.

- 야, 오늘 온다며? 3시에 우리 집.

핸드폰을 한참 쳐다보다가
그냥 화면을 꺼버렸다.

가는 게 맞나?

답장을 보냈다.

- 응, 안가~
- 왜 안 옴?
- 니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님~
- 그래 그럼 엽떡 먹으러 오셈.
- 응, 안 속아~

보내고 나서
핸드폰을 엎어버렸다.

답장은 안 봤다.
볼 생각도 없었다.

왜냐면,
나도 날 잘 모르겠으니까.

그래도 낮에는 해가 있어서 그런가...
사람이 뭔가 이성적이었는데,
밤이 되니 뭔가 감수성이 폭발해서
나도 모르게 슬픈 영화 속 여주인공이 된 것 같고,
근데 남자주인공도 여자인 것 같고...

아...
이럴 땐 소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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