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편_prologue
눈엣가시 같던 후배가
오늘 회사를 그만뒀다.
마지막 인사까지 또랑또랑하게 잘도 하더라.
참, 기분 나쁘게 밝았다.
항상 그랬다.
괜히 일은 혼자 다 하는 척,
티도 안 내고 늦게까지 남고,
선배들한테는 예의 바르게 군다지만
속은 뻔히 보였다.
여우처럼.
솔직히, 좋은 데 다시 취업하긴 어려울 거다.
그렇게 아는 척만 해선 사회 못 버틴다.
그런데도 저렇게 좋아할 일이야?
인사하는 얼굴에선,
‘다신 마주치지 말자’는 표정이 다 보였다.
지 잘난 줄 아는 그 표정.
더 어이없는 건—
세무사님이 직접 나와 인사까지 해줬다는 거다.
우리랑은 눈도 잘 안 마주치면서.
그래, 저 후배가 어느 순간부터 이뻐지긴 했다. 인정
같이 일하던 실장도 팔짱 끼고 말하더라.
“쟤 하나 없는 거 가지고, 뭘 저렇게까지 챙기셔.”
그 후배는 한 달 전 사직서를 냈고,
끝까지 남아서 마무리까지 해줬단다.
그걸 고맙다 하시네, 정말.
우리도 일 안 한 거 아닌데.
왜 쟤한텐 그렇게까지 해주는 거야.
이래서 사회생활은 실력보다 정치인 게 분명하다.
나 같은 사람은 서러워 살겠나 싶지만,
어찌보면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네.
이런 애들을 회사에서 걸러내야하는데.
오늘따라 왠지 더 얄밉고 짜증이 난다.
-------------------------------
원래 의도는 절망편 이후 희망편을 보시도록 하려고 한권에 번갈아가면서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헷갈리실 것 같아서 아예 분리합니다.
부족한 글 보러 오시는 분들께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