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은 이제 봄이 무르익었습니다.
연한 나뭇잎들이 어느새 두껍고 짙은
녹색의 기운을 뽐내는 것처럼,
개도 이제는 어엿한 농장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실수하고 또 새로 배우는
흥분과 좌절의 롤러코스터도
끝나고 있었습니다.
개는 이제 매일매일 반복되는
양계장에서의 일이
그저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순간 진심을 다해서
뭐든지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적당히 언제 웃어야 할지,
언제 꼬리를 쳐야 할지,
또 어떤 순간에
‘앗, 잘 안 들렸어요!
뭔가 중요한 말씀이었나요?’ 하는
순진한 표정으로 넘길지도 다 알게 되었답니다.
더 이상은 암탉 중 누군가가 아프다고 해도
호들갑스럽게 걱정하지도 않았고,
더 이상은 누군가가 혼냈다고
시무룩하니 풀이 죽는 일도 없이,
개는 매일매일 시곗바늘처럼 또박또박
마구간에서 양계장으로,
그 다음은 돼지우리와 외양간으로
순서대로 맡은 일을 해내었어요.
그런 개를 지켜보며 수탉은 흐뭇했습니다.
“캬, 이거야, 바로!
이렇게 착착 완벽하게 나사가 맞물려서 돌아가는
우리 농장의 모습, 정말 아름답지 않아?”
완벽한 나사가 되었다는 건 좋은 건가?
완벽한 건 좋지만, 난 나사가 아니라 개인걸?
조금 헷갈리기도 했지만,
역시나 수탉님의 칭찬은 뿌듯한 일이었어요.
게다가 수탉님이 칭찬을 하니 다른 동물들도
개에게 날개와 꼬리로 환호를 보내주었거든요.
단 두 마리, 돼지와 오리를 빼고요.
돼지는 수탉님의 야단스런 칭찬에도
그저 뒹굴뒹굴 누워있을 뿐이었어요.
뭐, 게다가 돼지는 어차피
흔들어줄 꼬리도 너무 짧았으니까요.
하지만 오리는 달랐어요.
오리는 개에게 모이를 받지 않는
유일한 동물이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늘 개를 봐도 무시하고 지나갔거든요.
하지만 그날따라 오리는
수탉의 횃대 앞을 일부러 가로지르며
한마디를 툭 던졌어요.
“아이구, 그놈의 나사 이야기
지겨워, 지겨워.
그렇게 나사가 좋으면 왜 농장에 있어?
공장을 가지.”
개가 농장에 온 이래로,
수탉님에게 이렇게 버릇없게 말하는
동물은 처음 보았어요.
휘둥그레 쳐다보는 개에게
오리는 힐끔 비웃음 섞인 눈길을 던지며 말했어요.
“좋니? 너 정도 지능을 가진 동물이 말이야,
이렇게 닭이 시키는 일이나 하면서
매일 나사처럼 사는 게 정말 최선이라고 생각해?”
“이봐, 오리 아줌마, 조용히 해.
남의 농장에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지나가!”
“가요, 간다고요.
언제는 알 하나만 빌려달라고 애걸복걸 해놓고선.
나한테 이렇게 함부로 말하면 다음엔 안 도와준다?
거기, 어린 개!
너는 다음에 언제 내 연못에 한번 놀러나 와.”
그리고 오리는 하얀 엉덩이를 도도하게 흔들며
자신만의 연못으로 뒤뚱뒤뚱 떠나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