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8 - 나사만이 할 수 있는 일 (1)

by 아무개




암탉들이 생산하는 달걀들은

놀라울 정도로 표준화되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똑같이 먹고, 똑같이 자고,

심지어 똑같이 생각했으니까요.

똑같은 양계장에 똑같은 닭장 안에서,

늘 같은 얼굴을 바라보며 같은 농담을 하고 같은 불평들을 하고 있었죠.




매일 똑같은 달걀들만 보던 어느 날,

다른 달걀들보다 눈에 띄게

커다란 알 하나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우와, 이 달걀 낳으신 분이 누구세요?

대단하네요.이렇게 큰 알은 처음 봐요!”





3번 암탉이 퉁명스럽게 내뱉었습니다.

“신경 꺼. 쓸데 없는 알이야.”


“꽥! 내 알이 쓸 데가 없다고?

누차 말했지만, 내 알이 너네들 알보다

훨씬 단백질 함유량이 높으시다고.”


어두운 구석 모이통에서

먹이를 먹고 있던 오리가

고개를 쳐들고 말했습니다.


“몰래 들어와서 우리 모이

훔쳐먹는 주제에 잘난 척은.”


“훔쳐 먹는다니!

저렇게 훌륭한 알을 갖고 왔잖아?

지난 번처럼 달걀 부족하다고

급하게 빌리러 오지 말고,

평소에 이렇게 갖다 줄 때

잘 받아두라고."


3번 암탉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어요.

오리는 누구든 한마디 더 하면

엄청 똑똑하게 깔아뭉게주리라 하고

닭들을 휘휘 둘러보았지만

암탉들은 모두 갑자기 딴청을 부리며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오리는 좀더 싸우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그렇게 싸움은 끝이 날 모양이었습니다.


뒤뚱뒤뚱 연못으로 돌아가는

오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개는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쏟아진 비로 오리의 깃털은

온통 축축하게 늘어져 진흙 범벅이었던 겁니다.

이런 날씨에 연못에서 헤엄치고

먹이를 구하는 건 쉽지 않았을 거예요.


"저기, 3번 언니,

오늘 비가 많이 와서 힘들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그냥 같이 먹자고 하면 안되요?"


개는 조심스레

3번 암탉의 심기를 살폈지만

암탉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비가 오면 힘들겠지.

하지만 화창한 맑은 날에

여기 양계장에 갇혀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알을 낳는 것도 힘들어."


"그렇지만... 여기 양계장 안에는

이렇게 따뜻하고 먹을 것도 남는데...

좀 나눠줘도 되잖아요?"


"누구나 자기 몫의 힘듦이 있지.

우리는 오리처럼 자유롭게

연못에서 헤엄치는 대신에,

아줌마의 가축이 되어서

매일 일을 한 댓가로

비가 와도 따뜻하게 머물 수 있는

양계장과 모이를 얻었어."


남는 모이는 거저 생긴 게 아니야.
이 양계장의 모든 닭들이
서로가 서로의 나사가 되어서
하루하루 버티고 견디고
힘이 되어준 덕분에
우리가 쟁취한 거야.

농장 속 작은 일부가 되기를
기꺼이 감수한
나사들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이라고!

"맞아, 맞아!!

나눠준다면 우리가 원해서 나눠주는 거지,

제맘대로 와서 달라고 한다고 줄 수는 없어."


암탉들은

퍼덕퍼덕!! 꼭꼭꼭꼭!!!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목소리를 높였어요.


뒤뚱뒤뚱 멀어져 가는

오리의 뒷모습을 보면서

개는 궁금했어요.


"나사들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

나도 이 농장의 나사일까?

나는 어떤 위대한 일을 함께 하고 있는 걸까?

오리님은 나사가 아니기를 선택했다면

그럼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


Dog and duck 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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