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농장의 여러 동물들과 친해졌지만
아직도 별로 대화를 나눠 보지 못한 동물이
말 아저씨였어요.
말 아저씨는 언제나 너무 바빴고,
가끔 말을 걸어도 언제나 화가 난 것 같았거든요.
“푸르르르르르, 내가 너처럼 한가한 줄 알아?”
말 아저씨는 누구에게나 버럭 소리지르곤
바쁘게 어딘가로 떠나가곤 했어요.
말 아저씨가 맘에 들어하지 않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
특히 가장 싫어한 것은 경마였어요.
마굿간에서 한껏 고개를 빼면,
아줌마네 거실 유리창을 통해
TV를 볼 수 있었습니다.
TV에서 경마가 중계될 때면,
말 아저씨는 화난 목소리로
TV 속의 말들을 향해 욕을 하곤 했어요.
“이 멍청한 놈, 거기서 치고 나가야지!
내가 해도 저거 보다는 낫겠다.”
“푸르르르르, 저렇게 엉덩이가
소처럼 뒤룩뒤룩 해가지구서는,
저런 놈은 외양간에 처넣어야돼!”
그리고 경주가 끝날 때면,
늘 똑같은 불평으로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쯧쯧, 저따위 별 볼일 없는 말이 챔피언이야?
내가 이놈의 수레 짐짝만 아니었어도
제대로 한번 보여주는 건데 말야!”
개는 말 아저씨가 안타까웠어요.
말 아저씨는 농장 식구들을 위해
늘 무거운 수레를 끌고 다니느라
꿈을 포기한 것이었을까요?
“저... 그럼 아저씨가 막 혼자 달리면
저 경주마들보다 더 빠르신 거예요?”
“당연하지!
내가 망아지 때 얼마나 빨랐는 줄 알아?
내가 저기 저 말들하고 같은 마굿간 출신인데,
그 때는 내가 제일 빨랐다고.
야, 내가 사실 말이야,
제대로 훈련만 받았어도 말이야,
저 놈들이 나하고 상대도 안되지.
무슨 말인지 알겠냐?
내가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챔피언이 될 수도
있을 뻔했었을지도 모른다니까!”
“대단하네요!
그럼 아저씨 진짜 농장을 떠나서
경주마가 되시면 어때요?!”
말아저씨는 순간 말이 없었습니다.
“………………… 얾…
그렇지만 내가 또 이 농장에서
중차대한 역할이 있고 해서 말이지,
내가 갑자기 그만두고
농장을 떠나면 좀 문제가 있겠지.
그리고 말이야, 응,
다들 자기 꿈만 쫓겠다고 도망가 버리면
세상 꼴이 뭐가 되겠냐?
누군가는 또 이렇게 묵묵히, 응?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그러는 동물도 있어야지…
그리고 또, 거시기 뭣이냐,
꿈이라는 건 말이지,
꿈으로 간직하고 있는 게 더 좋을 때가 있어…
그리고 말 아저씨는 다시 고개를 꺾어
아줌마네 거실 TV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경마는 한참 전에 끝났고,
이미 TV는 꺼져 있는데 말이죠.
개는 말 아저씨가 뭘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더이상 경주마가 되는 꿈에 대한 이야기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것 만은 알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