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저씨가 푸르르르 하며
화가 난 듯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려버린 후
개는 갸우뚱하고 그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어요.
'경주마가 되고 싶지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걸까?'
곰곰이 생각에 잠겨 마구간을 돌아 나오다
개는 당나귀와 부딪히고 말았어요.
당나귀는 마구간 옆에 주차되어 있는
말 아저씨의 수레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개랑 부딪혀도 아프지도 않은지
당나귀는 그저
수레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어요.
"아야야, 여기서 뭐해요 당나귀 씨?
아프지 않아요?"
"어? 어어! 아, 개구나.
아... 나는 그냥..."
꿈에서 깬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당나귀는 왠지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어요.
"아, 나는 그냥... 수레가 멋있어서...
나도 이런 거 끌어보고 싶어.
맨날 수탉 님 태우고 농장 안에 돌아다니는 거 말고,
나도 이런 큰 수레 끌어보고 싶다고.
야, 나랑 말 아저씨랑
어떻게 보면 별로 차이 없지 않냐?
응? 이렇게 이렇게 갈기도 있고
얼굴도 길고 말이야.
내가 조금, 아주 조금 작기는 하지만,
안 그래?
아, 나도 정말 이런 수레 끌고
시장에 한번 갔다 올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개는 지금까지 당나귀가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아니 실은, 당나귀도
이렇게 말할 줄 아는 동물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어요.
늘 수탉 님이 가자고 하는 곳으로
말없이 뚜벅뚜벅 걸어가서
수탉 님이 긴 연설을 하는 동안
꼼짝 않고 받침대 역할만을 하던 당나귀가
사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해 본 적도 없다는 사실에
개는 조금 미안해졌어요.
"꼬오오옭퀴오오오옭! 당나귀!!!!
어디 간 거야!!!!"
저 멀리서 수탉 님이 또 당나귀를 찾네요.
아련 아련한 눈빛으로 수레를 바라보던 당나귀는
갑자기 영혼 없는 미소를 지으며
후닥닥 수탉을 향해 달려가 버렸어요.
멀어져 가는 당나귀를 바라보며
개는 생각했어요.
말 아저씨는 수레 끄는 일 때문에
꿈을 포기한다고 말하는데,
당나귀는 수레를 끄는 일이
꿈이라고 말하네.
꿈이란 뭘까?
나는... 꿈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