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간에서 돌아오는 길에,
개는 돼지의 우리에 들렀습니다.
돼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진흙탕에서 뒹굴대고 있었어요.
“저, 돼지 아저씨?
안 바쁘시면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바빠. 엄청 바빠.
일 분 일 초 쉬지 않고 게으름 부리느라
너무 바쁘다고.
질문이 뭔데.”
“아…. 네… 저기…
아저씨는 꿈이 뭐예요?”
“와하하하하하하, 꿈이 궁금하시다?
너도 이제 슬슬
농장이 지겨워지기 시작한 모양이구나?
이런 데 있기엔 너무 잘난 것 같아서
꿈을 찾고 싶어지시나 보지?”
‘역시 돼지 아저씨한테는
물어보지 말 걸 그랬어.’
짜증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 뻔하는 것을
꾹꾹 누르며, 몸을 돌리려고 할 참이었어요.
“사실, 내 꿈은 말이야…”
돼지는 난데없이 아련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 멧돼지가 되는 거야…”
돼지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그래봤자 짧고 굵은 목은
그다지 올려보지도 못했지만요.
“멧돼지들은 탄탄하고 근육질의 몸에다가,
인간들이 무서워하는 어금니도 있잖아.
이 집돼지의 굴욕적인 삶과는
완전히 다른 거지.
언젠가는 나도 저 뒷산으로 도망가서
독립적이고 야성적인 삶을 개척할 거야.
이 지겨운 농장 생활도,
다 그런 꿈이 있으니까 버티는 거라고.”
“그렇지만, 아저씨는 멧돼지가 아니잖아요.
사냥… 하실 줄… 아세요?”
“흐흐흐, 그래서 내가 열심히 투자를 해뒀지.
농장에서 나오는 먹이를 조금씩 훔쳐가지고
저기 뒷산 사는 멧돼지 형님한테
주기적으로 바치고 있지.
그 형님이, 내가 뒷산으로 가면
자기가 다 알아서 챙겨줄 거라고 하셨어.”
“그럼 언제 가실 건데요?”
“음… 그게, 형님이 분위기 봐서
좋은 때가 오면 알려주신다고 했어.
그 때까지는 일단 농장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식량을 확보하라고 하셔가지고…
흠흠, 나는 형님 믿어. 형님이 곧 불러주실 거야.”
하지만 그 ‘좋은 때’가 언제인지
돼지 씨가 판단할 수 없는 거라면,
그리고 농장 뒷산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도
돼지 씨가 결정할 수 없는 거라면,
그런 삶이 ‘독립적이고 야성적인’ 걸까요?
개는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말 아저씨처럼,
돼지 아저씨도
개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못할 거라는 걸
어쩐지 알 것 같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