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빠진 개를 바라보며
돼지는 비웃듯 미소를 날렸지요.
“우리 농장 동물들이
인간들의 생활을 지탱하는
위대한 존재라느니,
모든 동물들은 일을 통해 성장한다느니 하는
닭대가리 같은 소리는 집어치워.
그런 이야기들은 들을 만큼 들었지만 말이야,
우리 돼지들은 적당히 살이 오르면
시장에 팔려나가서, 죽어서, 썰려서
햄깡통 안에서 생명을 마무리하는 거란 말이야."
“그… 그럼…
아줌마는 나쁜 인간인가요?”
목구멍을 꽉 막고 있는 것만 같았던 그 질문을,
개는 힘겹게 끄집어내었어요.
“와하하하하하하하!”
돼지는 뚱뚱한 뱃살을 출렁대면서,
또 기분 나쁜 웃음을 터뜨렸어요.
“왜? 아줌마가 나쁜 인간이라고 하면,
그럼 뭐 우리는 착하고 불쌍한
피해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냐?”
“나쁘고 착하고가 어디 있어.
아줌마도 더 편하고 배부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동물일 뿐이야.
모든 동물은 자기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권리가 있지.
너보다 강한 동물들을 죄다 나쁘다고 해 봤자,
네가 죽는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징징대지 말고 살 길을 찾으라고."
“그럼, 돼지 아저씨는 살 길을 찾았어요?”
“농장 돼지의 운명을 깨달은 이후로,
나는 시장에 내놓을 만큼 살이 찌지 않도록
늘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고 있지.
그리고 농장에서 일을 하기에는
너무 멍청하고 게으른 척 사는 거야.
알겠냐?
나를 이용해 먹을 틈을 주지를 않는 거지.
덕분에 멍청한 개나 젖소가
하루 종일 땀 흘려 고생하면서
마련한 모이를 편하게 이렇게 먹고 말이야,
와하하하하!
그 왜, 아주 똑똑한 인간이 이런 말을 남겼지.
Stay hungry, stay foolish!
이게 바로 이 돼지님의 지혜다,
이 말씀이야!"
웃고 있지만 어쩐지 유쾌하지는 않은
돼지의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개는 생각에 깊이 빠진 채 발길을 돌렸어요.
아줌마의 거실을 떠날 때 만났던 고양이와,
동료 돼지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텅 빈 우리에 남은
돼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영원할 줄 알았던 따뜻한 거실도,
이제 익숙하고 편안해졌다고 생각한 농장도
사실은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에 의해서든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마음 속 깊숙이에서 깨달았습니다.
고양이나 돼지의 모습이
개가 보기에 멋져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이 그 변화의 속에서도
자신만의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어요.
원하는 것을 얻을 자격이라는 건
그 모든 것이 변하는 가운데에서도
네가 원하는 그 무엇인가를 위해
마음속에 변하지 않는 것 하나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에서 만난 여우의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