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저도 기다리면 때가 온다는 말씀이세요?”
여우는 걸음을 멈추고,
개를 지긋이 바라보았습니다.
너를 위해 때가 오는 것이 아니지.
때라는 것은 제 나름의 길을
제 나름의 속도로 가고 있을 따름이니
지나쳐 갔다면 부지런히 쫓아갈 일이고
아직 오지 않았다면 조용히 기다려야지."
어둡고 습한 숲 속 공기를 타고
여우의 목소리가
신비롭게 울리고 있었어요.
“노력한다고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뜻이네.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것을 가질 수 없지만,
노력해서 갖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실망스럽겠지만,
원하는 것을 한번에 얻으면
실망조차 배우지 못하는 법인 것이다."
“…네?”
그래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건지
안해도 된다는 건지, 개는 헷갈렸어요.
때가 되었다는 말은,
자네가 그 열매를 얻을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네.
아무 생각 없이 남의 뒤를 따라가는 대신
스스로가 진정 원하는 열매를 향해
뛰어올라 보았을 것이라는 뜻이야.
여우의 어깨 저 너머로,
처음 숲으로 들어왔던 수풀 사이 구멍이 보였어요.
"적어도 여기서부터는 혼자 힘으로 길을 찾아 보시게.”
해는 이미 저물어 가고 있었어요.
익숙한 농장으로 다시 들어서는 길이지만,
아침과는 모든 것이 달라보였어요.
숲의 풍경과 대조되는 농장의 넓은 마당,
모든 것이 제자리에 변함없이 놓여 있는
이 공간은 더없이 안전하고, 편안하고,
...
뻔해보였습니다.
뒷산에서 여우를 만나고왔다는 걸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될 것 같은 기분에
개는 조용히 잠자리에 엎드려
비밀스러운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