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그래도 내 위엄 있는 호통에
이 녀석도 움찔할 수밖에 없지!'
라고 수탉이 조그만 승리감을 느끼려는 순간,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칠면조를 위해
특별히 따로 모이를 챙겨 온 것이었어요.
이런 특별 대접을 받는 동물은
농장 역사상 진정 처음이었어요.
충격을 받은 수탉에게
칠면조는 냉정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하실 말씀은 다 끝났습니까?
저는 식사 시간이라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웅성웅성 대는 다른 동물들의
시선 따위 아랑곳없이
주인아줌마를 따라
꾸륵꾸륵 걸어가는 칠면조를 보며,
그 후로 한참 동안 수탉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등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
근심스럽게 지켜보는 표정,
하지만 은근히 즐거워하는 듯한 흥분된 눈빛들,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모두의 우러러보는 눈빛을 누리던
이 높은 횃대가
높은 만큼 더 내려가기도 힘든
감옥 같았어요.
‘조용히 내려갈까?
그러면 정말 패배자처럼 초라해 보이겠지?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듯
날개를 퍼덕거리며 웃어볼까?...
아니야, 그건 너무 어색해…’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농장에 어스름이 내려앉았고,
수탉은 여전히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지요.
해는 점점 지평선으로 내려앉는데,
수탉은 마치 바람 한점 없는 날 풍향계 마냥
그렇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개가 조용히 수탉에게 다가갔어요.
“저, 수탉 님… 좀 쉬셔야죠.”
그러나 수탉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수탉 님…?”
걱정이 된 개는 수탉의 얼굴을
좀 더 가까이서 보려고
뒷발로 살그머니 일어섰습니다.
그때, 개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생각보다 수탉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요.
처음으로 수탉을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개는 밑에서 올려다볼 때보다
수탉이 훨씬 작아 보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탉님은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는데
수탉님이 본 건 뭐였을까?
그리고 나는 어떤 것을 볼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