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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다허브 Aug 10. 2022

 4. 당신의 거짓말이 마녀 사냥의 시작입니다

오뒷세이아를 읽으며 수다를 나누다

                                    

 엄마도 아이들을 키울 때는 성장 발달에 따른 아이들의 행동에 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엄마의 무지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아이들의 몫이 되니 아주 위험한 일이다.

 큰아이가 5살 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심하게 혼내고 매도 들었다. 두 번 다시 이야기를 지어내지 못하게 철저히 막았다. 둘째가 또 그럴 때 똑같이 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 나이에 아이들은 상상력이 워낙 풍부해서 재미난 이야기를 지어낸 것뿐이라는 사실을. 거짓말의 의도는 하나도 없었다.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친구를 만들고 경험하지 않은 일들을 자랑하고,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을 있었던 일처럼 풀어낼 뿐이었다. 그 또래 아이들은 뛰어난 이야기꾼인데 그런 것을 모른 엄마 그 상상 속 세계를 거짓말로 싸잡아 혼낸 것이다. 지금까지도 부끄러운 일 중 하나이다. 어른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이렇게 위험한 일이 생긴다.    

 

오뒷세우스여! 우리가 보아하니 그대는 거짓말쟁이나 사기꾼 같지는 않소이다. 사실 검은 대지는 아무도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짓말들을 엮어대는 그런 인간들을 씨앗만큼이나 많이 기르고 있지요. 그러나 그대는 하는 말도 우아하고 그 속에 지혜도 들어 있소이다.
오뒷세이아 제11권 365행     


 오뒷세우스가 귀향하는 도중 마지막으로 가게 된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서 알키노오스 왕에서 자신의 여정을 풀어놓게 된다. 저승으로 내려가 수많은 인물을 만난 이야기를 듣는 중에 알키노오스 왕이 오뒷세우스에게 하는 말이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쟁이가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 19의 팬더믹이 선언됨과 동시에 정부에서는 가짜 뉴스를 엄중히 단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어나는 일들은 상상만으로도 어지럽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시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여전히 잘못된 정보와 엉터리 뉴스들이 정보의 바다에서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미디어 관련 도서들을 보면 가짜 뉴스에 대한 정보들이 많다. 그들이 왜 생산되고 있으며 어떤 문제를 야기시키고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내가 신문 활용 교육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미디어 관련 도서들은 신문과 방송의 목적과 보수, 진보의 성향, 광고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었는데 온라인 뉴스가 대두되면서 많은 것들이 함께 변화해버렸다.

 단순한 클릭 하나로 미디어라는 이름을 단 그들은 수익을 올리게 되고 그것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오해하기 쉬운 제목으로 우리 눈을 흐리게 만든다. 뻔한 기사임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기사를 선택하고 빠르게 스케치하듯 읽으며 그들의 낚시에 또 걸려든 나를 한심해한다. 그들의 행태를 알면서도 내버려 둔 결과, 미디어들은 열심히 문어발식 확장을 하였고 주요 언론사들도 고고하고 굳세게 있기보다 함께 휩쓸렸다. 그래, 돈을 버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다. 어느새 자존심도 책무도 잊은 집단들이 되어버렸다.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동글동글 자갈돌이 되어 모나지 않게 살아가는 존재들이 되어버렸다.


 2017년 9월에 240번 버스 기사 관련 사건이 인터넷을 도배하듯 기사가 올라왔다. 내용은 서울 240번 버스에서 5살 정도의 아이는 하차를 했으나 엄마가 미처 하차하지 못했고, 기사에게 버스를 멈춰달라고 요청했으나 기사가 욕을 하며 그다음 정류장에 엄마를 내려줬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은 한 커뮤니티 카페에 회원이 올린 것인데 외부에 알려져 기사화되었고 너도, 나도 Ctrl+C, Ctrl+V를 하여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이 기사를 접하고 처음으로 든 의문은 ‘욕’이었다. 요즘 버스에는 CCTV가 있는데 욕을 했다는 점이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곧 녹음은 되지 않고 화면만 녹화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두 번째 의문은 승객의 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사가 들어오면 목격자가 많을 텐데 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이 기사에 대한 또 다른 기사를 찾아봤으나 죄다 엎어치나 매치나 똑같은 내용뿐이었다.

 사람들의 청원이 빗발쳤다. 그 기사를 처벌하라는 내용이다. 과연 사람들은 전후 사정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못 하는 것일까? 그 기사 무조건 믿는 것일까? 왜 기사의 이야기는 궁금해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가득했다. 그리고 다음 날 기사의 딸이라고 밝힌 분의 글이 공개되었다. 기사는 너무 충격을 받은 상태이고 전후 사정은 이러했다.

 아이가 하차한 후 엄마가 하차를 요청했으나 버스는 이미 8차선 도로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래서 버스를 멈추고 하차시켜줄 수 없었고 다음 정류장에 내리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서울시에서도 버스 내부, 외부 CCTV를 조사하고 그 엄마도 조사를 마쳤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는 5살이 아닌 8살이었고 외부 CCTV에서 폴짝 뛰어내리는 아이의 모습도 공개했다. 그러나 엄마의 요청으로 내부 CCTV는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알려진 내용과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그 뒤 그 많던 기사들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마녀사냥은 조용히 잊혔다. 그 누구도 책임진 이가 없었다. 버스 기사만이 피해자가 되어 정신적 충격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최초로 글을 쓴 사람도 사과의 글을 남겼다. 자신은 의도한 것이 아니고 목격담을 적은 것이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두고 책임질 사람을 찾자고 하면 대부분이 최초의 목격자이자 글을 쓴 사람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난 아니다. 그 사람은 어쩌면 사회적으로 묵인되어서는 안 되는 일을 고발하고자 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나 주관적인 자신의 시각과 청각만을 의존한 것이 문제를 키운 것이다. 일반인이 그 상황을 객관화해서 적기란 어려운 일 아닌가. 그런 일들을 주위에서 듣거나 보게 되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알려야 하는 것은 언론의 몫이다. 특히 ‘기자’라는 명패를 가졌다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자신의 사명을 인지한 기자라면 응당 그런 내용의 글을 접했을 때, 버스 기사와 인터뷰를 통해, 그 사건의 엄마를 통해 사건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 인터뷰로 부족하다면 서울시에 요청하여 CCTV를 확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 없이 A 기자가 쓴 글을 B 기자가 빼끼고 C 기자가 토시만 바꿔 쓰고 D 기자가 표현만 바꿔 쓰면서 기정사실로 되었다. 언론이 클릭한 광고 수익으로 먹고사는 신세가 되면서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가 아는 큰 언론사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로가 기자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확인했을 것이라고 여긴 것일까?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언론사가 생겨나는 것을 보면 언론의 무거운 그 어깨를 감당할 자신들은 있는지 묻고 싶다. 광고와 언론사의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회사인 만큼 수익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 광고는 필수적이란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다고 거짓을 양산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우리를 기만하는 것을 용서하고 싶지는 않다. 언론 스스로들이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정화가 불가능한 것인지 의지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뉴스도 신문도 보지 않는 편이다. 피로도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편향된 시선을 갖지 않기 위해 신문을 2개 이상 구독하던 나이지만 이젠 아무것도 보고 읽지 않는다. 뭐가 믿을 만한 정보이고 언론인지 나조차 판단이 서지 않는다. 정치 관련은 더욱 헷갈린다. 한 사건을 이해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들여야 한다. 보수, 진보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부족하고 그 뒷면에 숨겨진 것까지 내가 찾아서 이해하고 판단을 해야 하는 정도이다. 모두가 거짓을 이야기하니 말이다.

 엄마는 내게 늘 조심스레 이야기하신다. 카더라 통신을 내가 무척 싫어한다는 걸 아신다. 하지만 이건 진짜거든 이라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하셔도 난 그 이야기 속에 잘못된 논리를 지적하고야 만다. 서운해하신 표정이 보이지만 어찌하랴 그런 카더라에 현혹되는 엄마를 보는 게 난 싫은 것을. 백신을 문재인 정부가 비싸게 사 왔다고 욕을 하시길래 안 샀으면 안 샀다고 욕할 거 아니시냐고 했다. 문제점을 욕하고 싶은 건지 그냥 정부를 욕하고 싶은 건지 물어봤으나 답이 없으셨다.

 거짓말쟁이들은 대단한 능력자이다. 거짓말하는 것에는 엄청난 능력이 필요하다. 기억력, 대담성, 논리성, 상상력, 어휘력, 대처능력, 뻔뻔함 등등 수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거짓말쟁이들은 위대하다. 그래서 속지 않기 위해서 우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들은 셀 수 없는 씨앗들처럼 수가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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