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곳곳에 다이너 식당이 있다. 이전에는 아침 일찍 6시부터 오픈해서 저녁까지 파는 곳이 많았는데, 요새는 브런치 식당으로 형태가 많이 바뀌어서 아침 6시부터 시작해서 아침과 점심 장사 후 낮 2시 정도에 문을 닫는 곳들이 많다.
이런 식당들은 미국인들의 주식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팔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전역 어디에 가도 이런 식당들이 있다. 메뉴들도 아주 비슷비슷한데, 파는 음식의 종류가 아주 많다. 신기한 건 뭘 시켜 먹어도 대충은 맛있고, 어딜 가도 특별하게 ‘되게 맛있다’가 아니라, 그 무섭다는 ‘이미 아는 맛있는 맛’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김밥천국(?) 정도가 되려나.
형태는 한 개인의 작은 가게이기도 하고, 그러다가 잘되면 여러 곳에 지점을 낸다. 처음부터 프랜차이즈 다이너도 있다. 그 회사가 표방한 사업 이념에 따라, “저렴한 곳”으로 홍보할 수도 있고, “고급진 가게”가 되기도 하지만, 외국인으로 제 3자에 시각에서 여기저기 경험해보니, 재미난 건 결국 메뉴들이 어딜 가든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다이너를 형태, 종류, 가격 불문하고도 자주 찾게 되는 것은 그 많은 메뉴 중 꼭 본인이 좋아하고, 가게 되면 꼭 먹는 메뉴가 한둘씩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식의 맛과 질이 대충 평균 이상은 된다.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면 서버가 컵과 커피 포트를 들고 와서, 본인의 이름을 소개하고는 ‘커피?’’ 하고 묻는다. 내가 “예스”라고 말하면 컵을 내려놓고 커피를 서빙해 준다. 그러고는 커피를 마시면서 메뉴를 둘러보게 한다. 나는 다이너 중에서도 오렌지를 직접 짜서 주스를 만들어주는 곳을 특별히 좋아하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오렌지 퍼프(Pulp) 씹히는 맛이, ‘내가 다이너에 앉아있구나’를 뇌에 인식시켜줘서 좋다.
외식을 좋아하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동네에 외식할만한 곳을 잘 알지 못한다. 배고픈데, 요리하기 싫은데, 그럴 때 간단하게 생각나는 게 동네 브런치 카페이다. 배고프면 가볍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곳에 가서 Craving food를 먹고 나면, 그다음은 빌(Bill)이다. 다이너가 한국의 김밥천국과 큰 차이가 있다면 가격이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베이컨 조각, 계란 프라이, 감자튀김 등을 먹었는데, 팁과 텍스를 내고 나면 웬만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은 값을 지불하고 나온다. 이 부분이 늘 ‘속았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습게도 나의 뇌는 허기가 질 때마다 ‘다이너’를 가볼까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