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생각이 많아지고
잠시 쉼이 필요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아, 물론 그 순간만 그런 건 아니었어요.
살다 보면 사람이 모순적이게도,
어릴 적엔 혼자인 게 그렇게 싫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혼자 있을 시간이 없어
서러운 날이 많습니다.
어릴 적의 ‘혼자’는 외로움이었지만,
지금의 ‘혼자’는 쉼이자 회복입니다.
그때는 외로움이 무서워 사람을 찾아 헤맸지만,
지금은 오히려 사람 속에 있을 때
가끔 더 외롭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늘 시끄럽습니다.
일과 사람, 알림과 대화, 끝없는 관계 속에서
내가 진짜 무엇을 느끼는지 돌아볼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문득, 조용한 공간에 홀로 앉아 있을 때
낯선 안도감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이 고요가 나를 살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하지만 그런 고요가 오래 머물지는 않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가면,
누군가의 기대와 시선이 나를 감쌉니다.
그 속에서 나는 또다시 누군가의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역할 속에서 진짜 나는 조금씩 희미해집니다.
갑자기 북받쳐 오르는 설움은
매번 주변의 눈치 때문에 삼켜야 했고,
들끓는 분노는 짊어진 책임의 무게로
그저 속으로 삭여야 했죠.
사람은 자기 기분대로만 살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을 늘 눌러두며 살 수도 없습니다.
참는다는 건 결국,
내 안의 감정을 ‘무효화’하는 일과 같습니다.
“괜찮다”는 말로 무너지는 순간들을 덮어두면,
어느새 마음의 잔금은 눈에 보이지 않게 깊어집니다.
누구에게나
‘온전히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아직 그런 공간이 없고,
누구에게 기대는 법도 잘 모릅니다.
그저 쓰는 글 속에서나마
감정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히 압니다.
풀지 못한 감정들은 결국 속에서 고름이 되어
나를 잠식한다는 걸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아무렇지 않은 척 버티던 나를 무너뜨립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합니다.
참기보다 흘려보내고,
꾹 삼키기보다 말로 표현하려 합니다.
“힘들다”, “외롭다”, “오늘은 버겁다.”
이 말들이 약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예전의 나에게
이제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건 약한 게 아니라, 사람인 거야.”
그러니 힘들 땐, 억지로 참지 말고
그저 솔직히 말하세요.
“안아달라.”
저는 그 말을 잘 못하지만,
이제는 해야 한다는 걸 압니다.
그게 나를 조금 덜 아프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