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 뒤에 숨겨둔 마음들에 대하여

by 주엉쓰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지쳤지?”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버티는 건지.”


사실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마음이다.
말해봤자 ‘별일 아닌 것’으로 들릴까 봐,
괜히 민폐로 느껴질까 봐,
또는 설명하다가 더 지쳐버릴까 봐.


그래서 그냥 삼킨다.
입안에서 굴리다, 아무도 모르게 넘겨버린다.
하지만 그런 마음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스스로도 무게를 버티기 어려워진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에게도 티 내지 못한 슬픔을
각자의 방식으로 잘 견뎌내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슬픔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 흔해서.
모두가 자기 나름의 아픔을 ‘적당히’ 가진 채
조용히 하루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날은 “괜찮아요”라는 말이
진짜 괜찮아서가 아니다.
그냥 설명하기 싫어서,
설명해도 이해받을 것 같지 않아서,
혹은 이해받고 싶은 마음조차 사치처럼 느껴져서
그냥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말.


그러다 보면
나중에서야 알아주는 사람도 있고,
끝내 모르는 사람도 있다.
마음이라는 건
말한다고 전부 전해지는 것도 아니고,
말하지 않는다고 모르는 것도 아니라
참 복잡하고도 간단한 영역이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진심으로 내 마음을 알아줄 때,
그 작은 순간 하나가
며칠 치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릴 땐 ‘열심히 살면 다 되는 줄’ 알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성실은 언젠가 보상받고,
꾸준함은 길을 내준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는 걸.
결과보다 과정이 더 소중하다 말하면서도
결과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여전히 해보려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한테 떳떳하고 싶어서.
내가 걸어온 길은 내가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힘들 때면,
정말 확실하게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날 좋아하는 사람과
날 좋아하는 척하는 사람은
정말 다르다는 것.


말투 하나, 행동 하나,
무심하게 건네는 말 속의 온도 하나에서도
차이는 너무 명확하다.
힘든 순간에 드러나는 건
사람의 진심이다.
겉으로는 티 나지 않아도
어떤 마음은 금방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참 소중하다.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스스로 머물러 준 사람들이기에,
그 마음이 얼마나 귀한 건지
이제는 잘 안다.




아마 우리는
각자 다른 자리에서
다른 문제들과 싸우고 있지만,
묘하게 닮은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


지쳤고,
가끔은 흔들리고,
그래도 어떻게든 내일을 향해 가보려는 마음.


혹시 오늘도 마음속으로
“괜찮지 않다”라는 말을
혼자 삼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
너만 그런 거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비슷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5년 롤링페이퍼” 2026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