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조용한 초록이 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화분 하나.
그동안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자꾸 그게 보인다.
잎사귀 끝이
살짝 마른 듯한 흔적이 있다.
물을 얼마나 안 줬던 거지.
“넌 그래도 살아 있구나.”
말을 걸어봤다.
대답은 없지만,
괜히 혼자 민망했다.
햇빛 한 줄기가
커튼 틈 사이로 들어왔다.
화분을 살짝 그쪽으로 밀었다.
잎 하나가
빛을 향해 기울었다.
기울 수 있다는 것.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그게
왜 그렇게 부러웠을까.
정수기 앞에 섰다.
물을 받을 컵이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내가 쓰러지며 깨뜨린 컵이었다.
쪼르르…
쪼르르…
손에 든 건
다른 컵이었지만
여전히 들려오는 그 소리.
“필터 교체가 필요합니다.”
컵에 물을 담아
화분에 살짝 부었다.
조금 튀었다.
내 손등에 닿은 물방울.
차가웠다.
하지만
아프진 않았다.
고개를 들었다.
화분 옆에
나처럼 지친,
조용한 초록 하나가 있었다.
‘우리 조금은 살아 있네.’
입밖으론 안 냈지만
그런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