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말들

by 주엉쓰


“요즘 어때?”


묻는 사람은

별생각 없이 묻는다.

나는,

별생각이 많아진다.


사실 괜찮다는 말은

진심일 때보다

거짓말일 때 더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게

상처받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냥 좀 바빴어.”

“그냥 좀 피곤했어.”

“그냥.”


그 ‘그냥’ 안에

무너진 말들이 있었다.


문득 떠오른 말,

“나 힘들어.”

그 말을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편하게 해 본 적 있었나?


아니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말한 순간,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질 것 같아서.


그런데 오늘,

그 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

소리 내고 싶었다.


“나, 무너졌어.”

“지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누가 내 말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 말은 아직도 목구멍에만 걸려 있었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눈 끝이 따가웠다.


정수기 앞에 다시 섰다.

물 한 잔을 따르고

그 잔을 들고 천천히 마셨다.


쪼르르…

쪼르르…


“필터 교체가 필요합니다.”


이젠 그 말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네가 너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고.


컵을 조용히 내려놓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냥 조금만,

조금만 더 이렇게 앉아 있으려고.


나,

지금 말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여도

괜찮다고 해줄 사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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